매일신문

[야고부] 홀리데이

영어에서 홀리데이(holiday)는 공휴일, 명절, 종교적 축일, 휴가를 뜻하는 단어다. holy(신성한)와 day가 결합한 것이다. holy는 '완전한' '건강한'이라는 뜻의 whole이나 hale과 의미가 서로 통한다. heal, healthy 등과 어원이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홀리데이의 속뜻은 '휴식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시간'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설'추석 등 명절은 평소보다 더 피곤하고 부담되는 날이 됐다. 일상에서 벗어난 휴식과 휴가의 시간이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더 심한, 고단한 날이 된 것이다. 명절 때마다 각종 매체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명절 증후군'이라는 용어도 이 같은 세태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그동안 명절 증후군은 차례상 차림 등 과도한 가사노동과 이른바 '시월드' 등쌀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주로 겪는 증상이었다. 가족 간, 친인척 간 의견 차이 등 불화가 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신체적 피로감과 함께 정서적 불안과 우울, 무기력감 등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명절날 당직 근무로 고향에 못 갈 때 남편이 가장 사랑스럽다'는 농담까지 생겼다.

"왜 아직 결혼하지 않느냐" "취직은 언제 해"라는 일가친척의 걱정과 성화에 시달리는 미혼 청년들의 스트레스도 이에 못지않다. 심지어 2세 이하의 유아들도 장시간의 이동으로 인한 신체적 이상 증세인 '흔들린 아이 증후군'에 노출된다니 명절 증후군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이다.

드문 사례이나 명절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명절 자살'이나 '명절 이혼'에 이르기도 한다. 명절로 인해 파생하는 후유증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가족을 만나고 휴식'휴가가 되어야 할 명절이 오히려 두렵고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명절 스트레스를 예방하거나 치유할 마땅한 묘약은 아직 없다. 그러나 누구나 치료약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외로 해결책은 간단하다. 비록 몸과 마음이 힘들지만 1년에 몇 번 없는 즐거운 명절 휴가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면 한결 위안이 되고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설 명절만큼은 '건강한 홀리데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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