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실수업 개선이 공교육을 살리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주입식'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거꾸로'하브리타'협력 수업 등 학생이 수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수업이 시도되고 있다. 학교와 교사가 머리를 맞대 잠자는 학생, 교권 침해로 무너져가는 교실을 살려보자는 취지다.
교사 중심의 일방적 전달 수업에서 벗어난 교실수업 개선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매일신문 교육팀은 지역의 초'중'고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수업 모습을 찾아 공교육 살리기의 좋은 모델로 알리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지난해 일반고 교육역량강화에서 대구의 우수학교로 선정된 대구 성광고 교실의 모습을 통해 수업 방식, 그동안의 노력, 그리고 이를 통해 변화된 학생들의 모습에 대해 살펴봤다.
◆조별'협력학습으로 살아난 수업
지난 5일 오후 3시 대구 성광고등학교 2학년 영어 수업시간.
4명씩 조를 이룬 20명의 학생이 영어 지문을 읽어나가며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함께 지문을 해석하면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같은 조 친구들에게 바로 질문을 던져 궁금증을 해결했다. 그래도 어려운 단어나 맥락이 있으면 조별로 책상 위에 놓인 화이트 보드에 기록했고, 교사는 각 조가 써 놓은 질문을 모았다.
나른한 오후 시간인 만큼 졸릴 법도 했지만, 놀려고 하거나 조별 활동에 소홀히 임하는 학생은 없었다.
다음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질 차례.
교사가 질문할 것 같은 낌새를 보이면 학생들은 눈길을 피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반대였다. 발표 기회를 얻으려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김은경 영어과 교사는 "자신의 조원 중 아무나 지목을 당해도 당당하게 발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학생들은 수업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점, 배우면서 새롭게 다가온 점을 매시간 기록하는데 모두 생활기록부의 좋은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성광고 수업이 다른 학교들의 수업과 차별화된 점은 '조별'협력학습'이다.
이미 5년 전부터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에서 수준에 따라 4개 반(A, B1, B2, C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숙제에도 차이가 있다. A반은 '매일 독해 지문 5개를 읽고 자신의 말로 주제를 써 오기'지만, C반은 '교과서 지문 쓰고 해석하기'와 같이 비교적 수월하다. 숙제를 완성하면 학생들이 받는 점수는 네 개 반 모두 같다. 그런데 이 지침에 반발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는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어렵고 많은 숙제 양에 질려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이 사라졌고,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자신감을 보였다.
교사들의 수업 방식이 바뀌자 학생들까지 변하기 시작했다. 잠자는 학생, 수업 중 딴 짓을 하는 학생이 없어진 것은 물론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활발해졌다.
수준별 수업, 조별 수업을 하면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란 걱정은 기우였다. 조를 짤 때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배제돼 오히려 수업 시간에 상처를 입는 학생이 없어졌다. 교사가 질문할 때는 조원 모두에게 물어봤기 때문에 발표자나 조장만 수업에 집중했던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강창술 성광고 교감은 "낙오되거나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없어져 자연스럽게 수업 분위기가 바뀌었다.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우는 게 일이었던 교사들은 '내가 알던 아이들이 아닌 것 같다'고 반성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수업개선을 위한 노력
성광고 교사들의 가장 큰 목표는 '학생들이 몰라서 겪는 고통, 홀로 고민하는 고통을 없애는 것'이다.
일반계 고등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이라면 교사로서 최소한 수능 7~9등급에서는 벗어나도록 해주는 게 교육자의 역량으로 여긴다.
교사들은 학생의 태도가 아닌 자신들의 수업 방식을 되돌아봤고 수업 개선을 위한 체계적인 단계를 세워나갔다.
먼저 교사들의 길잡이였던 지도서를 과감하게 버리고 '수업 맵핑'을 시작했다. 수업 맵핑이란 학기 시작 전 전 교사가 모여 학생들의 성취 수준에 맞는 학습 분량, 학습 시기, 평가 방법 등을 연구해 교육 과정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교무실이 아닌 과목별로 마련된 연구실에 자리를 잡았다. 교사들은 이곳에서 다른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며 부교재 개발, 수업 개선 등 연구를 진행한다.
현재 국어'영어'수학 등 과목별 연구실에서는 교사 연구 동아리 및 기초학력 전담제를 운영하고 있다. 교과서 외 수준별(영어, 수학) 부교재를 발간하는 일도 연구실의 주된 업무다.
전 과목 중에서도 성광고가 특히 자신 있는 수업은 영어 수업이다. 2014년부터 영어 교사들은 언제 공개 수업 일정이 잡혀도 별다른 준비 없이 공개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업의 상시 공개'를 결정했다. 그래서 성광고는 영어 수업만큼은 당일, 혹은 바로 다음 날 외부인이 수업을 참관한다 해도 겁내지 않는다.
또 하나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교육 방식은 '담임 선택제'다.
지난 2010년 성광고는 '선진형 교과교실제'를 도입했다. 당시 학생들이 매 수업 이동하면서 공부했는데, 이때 학생 생활지도가 무너지고 교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간혹 발생했다. 학생이 직접 자신과 소통이 잘 될 것 같은 교사, 진로에 맞다고 생각하는 교사를 선택하도록 하자 생활 태도가 개선돼 나갔다.
성광고 관계자는 "매년 1, 2월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맞다고 생각하는 교사를 3지망까지 선택할 수 있다"며 "교사들은 이 시기에 맞춰 자신의 학급 경영계획, 진로'진학 계획 등을 작성해 홈페이지에 올려놓는다"고 했다.
◆수업개선으로 거둔 성과
성광고가 조별'협력수업, 수업 맵핑, 수업 상시 공개 등으로 수업이 바뀌자 눈에 띄는 성과를 속속 거둬들였다.
먼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학생의 교사 수업만족도가 향상됐다.
지난해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성광고는 기초학력미달 학생 '0명'을 달성했다.
또 2016학년도 입시 결과 전교생 230여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60명 이상이 경북대 이상, 수도권 주요 대학에 진학하는 결과를 냈다.
매년 평가하는 학생의 교사 수업만족도는 지난해 5점 만점에 4.65점으로 역대 가장 높은 점수를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구시교육청이 선정한 '교육 역량 우수 학교'에서 최우수 학교로 선정됐고, 지난 1월 대구 대표로 전국 성과 보고회에 나가 성광고의 교육 과정, 사례를 발표했다.
박운용 성광고 교장은 "교사들이 밤잠을 아껴가며 일구어 낸 자체 역량강화 프로그램과 학교를 믿고 따라와 준 학생들 덕분에 이 같은 결실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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