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무너진 콘크리트 지지율

4'13 총선 이후 보름이 흘렀지만, 그 충격적인 결과는 아직도 여러 의미를 곱씹게 한다.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 등 국민은 안중에 없는 오만한 행태에 유권자들은 투표로 응징했다. 막장 공천 과정에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 유권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거둬들였다. 총선 결과에 뼈저리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40% 아래로 잘 내려가지 않는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했으나 균열을 일으켜 30% 선으로 추락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주로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다. 산업화의 성과를 크게 일궈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준 지도자에 대한 고마움이 그의 딸인 대통령을 웬만한 상황에도 변함없이 지지하도록 했을 것이다. 뛰어난 아버지를 닮아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을 터이다.

그러나 국정의 여러 지표가 좋지 않았고 불통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변함없는 지지를 당연시하며 오만함까지 비치자 지지자들이 하나 둘 돌아섰다. 일관된 지지를 통해 부녀 대통령에 대한 심리적 부채를 어느 정도 갚았다고 느끼는 시점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등을 돌리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아버지의 업적을 잇기는커녕 손상하게 됐다고 우려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보수 정권인 박근혜정부는 출범할 때 경제 민주화 등 전향적인 공약을 들고 나왔다. 그 공약 자체가 많은 국민이 공감해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정책이어서 정권의 성공 가능성이 컸으나 나중에 뒤집히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박근혜정부의 등장은 필연적인 측면이 있었으나 과거 회귀적인 통치 행태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정책으로 궤도를 벗어나 버렸다. 퇴행적인 역사도 역사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정권은 레임덕을 맞이하게 된다.

4'13 총선 결과에는 새 시대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담겨 있으며 이를 구현하려면 정치권의 환골탈태가 절실하다. 다음에 집권하는 정당과 정부는 보수적 색채이든 진보적 색채이든 관계없이 지긋지긋한 수구 보수의 흐름에서 빠져나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이고 따뜻한 정책과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그럴 가능성은 작지만, 박근혜정부 역시 국정 운영 기조를 새롭게 해 마무리를 잘해야 잃었던 점수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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