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후배로부터 문자 한 통이 왔다. '대동제 라인업'이라는 제목으로 대구경북 대학별 축제 일정을 알리는 이미지였다. 보통 대동제라고 불리는 각 대학 축제의 출연 가수 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10년 전 대학을 다닐 때에도 5월 중간고사가 끝날 즈음 축제가 시작되었는데, 이때에는 주막촌을 만들어 술 마시기를 즐겼고, 축제 마지막 날 정도에 인기 가수가 출연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기억이 난다.
여전한 축제 같았지만 눈에 띈 점이 있다면 '라인업'이라는 표현이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이 말은 쓰이지 않았다. 라인업이라는 단어는 원래 있던 말이지만 대학 축제라는 특정 단어와 결합해 쓰이면서 새로 탄생한 신조어랄까. 이 말이 언제부터 쓰였는지 호기심에 검색을 해보니 대략 2013년부터였다. 인기 있는 초대 가수들로 구성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며 대학별로 자존심 대결을 한다고 하니, 그런 분위기를 잘 반영한 말이 아닌가 싶다.
대학생 시절 대학 축제문화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2000년대 초에도 축제기간에 주류 판매가 허용되어야 하는지, 축제 예산의 절반 이상을 유명 가수 섭외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지가 화두였다. 이 문제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제기된다고 한다. 특히 주류 판매업체나 공연 기획사가 개입하면서 대학 축제 상업화 양상은 점점 과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초대 가수 라인업 경쟁도 더욱 과열되고 있다고 한다. 이 문제는 분명 풀어야 할 숙제다.
졸업을 하고 난 후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면서 대학 축제문화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고민의 주체는 대학생이 아닌 직장인으로 바뀌었고, 고민의 내용은 순수예술의 저변 확대가 됐다. 클래식이나 현대무용과 같은 순수예술도 대학생이 누릴 만한 문화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3년 전 경북대학교 축제 때 금관5중주, 성악, 현대무용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을 대학생들에게 선보인 적이 있다. 반응도 긍정적이었고, 앙코르 공연을 기약하기도 했다.
물론 꼭 순수예술일 필요는 없다. 획일화된 축제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는 대학 축제는 어떨까. '라인업'의 소재가 되는 장르를 대중가요뿐 아니라 클래식, 록, 재즈, 국악, 뮤지컬, 오페라, 연극 등 보다 넓게 확대해보자는 것이다. 최근 대학 축제 관련 뉴스 보도를 들은 적이 있다. 자극적인 이름의 안주 메뉴를 팔며 성적인 마케팅을 하는 주점을 비판한 내용이었다. 내년엔 희망적인 뉴스를 기대해 본다. "대학가 달라진 축제의 모습, ○○○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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