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보감/정지천 지음/토트 펴냄
조선 임금 중 가장 장수했던 사람은 영조다. 83세까지 살았는데, 요즘 나이로 보자면 100세를 넘겼다고 할 수 있다. 조선 왕들의 평균 수명이 47세이고, 60세를 넘긴 경우가 6명뿐이라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그는 상당히 장수했다.
영조 임금은 건강, 장수의 기본적인 조건이자 인체의 근본적 기운인 '신장의 정기'가 강했다. 한의학에서 신장은 콩팥뿐만 아니라 비뇨생식기 전부와 성 호르몬을 비롯한 각종 호르몬을 모두 합한 개념이다. 그래서 방광, 생식기, 뇌, 허리, 뼈, 치아, 귀, 머리카락까지 신장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신장의 기가 왕성하면 생장, 발육이 왕성하고 신체가 건강해지고 성 기능도 좋다. 반면 신장의 기운이 쇠퇴하면 기력이 쇠약해지고, 정력이 감퇴하며, 뇌졸중, 치매, 당뇨병, 골다공증 등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
영조는 타고난 건강에다 평소 소식했으며, 기름진 음식을 적게 먹었다. 그는 현미, 잡곡 같은 거친 음식을 즐겨 먹었는데, 쌀이 귀한 시대에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거친 음식을 먹었지만 결과적으로 당뇨병,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영조는 또한 백성들의 삶을 직접 살피기 위해 부지런히 궁궐 밖으로 미행을 다녔다. 미행 횟수만 500회가 넘는데, 걷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량이 늘어났다.
이 책은 조선시대 임금이나 선비들이 활용했던 다양한 양생법(養生法)을 소개한다.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장수했던 사람들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신장 건강을 잘 관리했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고 꼭 신장에 관한 내용만 담은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전염병이 많았다. 의병장으로 유명한 조헌은 46세 때 선조 임금에게 상소를 올렸다가 함경도 길주로 유배됐다. 유배지에 전염병이 창궐해 10명 중 7, 8명이 죽었고, 유배지에 따라온 조헌의 아들과 아우도 전염됐다. 아들은 겨우 죽음을 면했지만 아우는 죽고 말았다. 조헌은 아우의 병간호부터 염습까지 모두 직접 했지만 전염병에 걸리지 않았다. 면역력이 강해 병균이 몸에 침입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헌은 평소 양생법을 잘 지킨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규칙적인 생활을 했고, 집이 가난했던 탓에 직접 농사를 짓느라 운동량이 많았다.
그는 또한 마음을 잘 다스렸다. '토정비결'의 지은이로 알려진 토정 이지함을 스승으로 모시고 유유자적하는 삶을 체화했던 덕분에 벼슬살이에서 파직과 귀양살이를 겪었지만 크게 얽매이지 않았고, 덕분에 정신적으로 건강했다. 집안이 가난해 좋은 음식을 먹지 못했지만, 당시 사람들이 별로 먹지 않던 소의 위장을 아주 싼값에 사다가 끓여 먹었다. 그것이 양탕, 즉 요즘의 양곰탕이다.
퇴계 이황은 도인법과 소리기공법으로 건강을 관리했으며, 자신이 개발한 심신수련법을 자손들에게 전해 500년 가까이 집안의 건강지침으로 활용하고 있다. 퇴계가 지은 '활인심방'(活人心方)은 진성 이씨 종가에서 전해지다가 1973년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그런가 하면 다산 정약용은 유배 생활 중에도 적당한 육식으로 건강을 지켰고, 노년에도 정기적인 성생활로 성 호르몬이 적당히 분비되도록 해 뇌기능과 골 대사가 적절히 유지되도록 했다. 성호 이익은 소식과 콩으로 병약한 몸을 지켰고, 송시열은 검소하고 바른 생활로 건강장수했다.
반면 세종대왕은 과로와 나쁜 식습관으로 30대부터 당뇨로 고생했고, 정조대왕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고생했다. 철종은 주색에 빠져 요절했고, 연산군은 과도한 성생활과 음주로 몸이 망가진 데다 왕위에서 쫓겨난 울화로 쇠약해져 전염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정조 때 신하 홍국영 역시 권좌에서 축출되자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1년 만에 죽고 말았다. 근심과 걱정, 비탄과 회한은 건강한 젊은이라도 금방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는 것이다.
지은이 정지천은 동국대학교 한의대 교수로 있으며, 서울 동국한방병원 병원장, 강남 한방병원 병원장, 동국대 서울캠퍼스 보건소장, 대한한방내과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239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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