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988! 빛나는 실버] 수성도서관 한글교실 하도성 선생님

초등학교 교감으로 퇴직한 뒤에도 활발한 교육 봉사를 펼치는 하도성 씨가 수성도서관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아래 원안 하도성씨.
초등학교 교감으로 퇴직한 뒤에도 활발한 교육 봉사를 펼치는 하도성 씨가 수성도서관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아래 원안 하도성씨.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 하얀 도화지에 색깔을 넣어 준다는 것은 실로 거룩한 일이다. 그런 아름다운 길을 평생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 눈사람은 눈을 먹고 눈 속에 살아야 하듯이 그도 교실을 떠날 수 없었나 보다.

하도성(76'대구시 동구 율하동) 씨는 대구 종로초등학교 교감으로 퇴임하기까지 교직생활 40년을 한결같이 이어왔다. 그 공로로 옥조근조훈장을 받기도 했다. 요즘은 매주 월'수'금요일은 고산초등학교에서 상담교사로, 화'목요일은 수성도서관 한글교실에서 어르신들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제가 소속된 금빛봉사단은 각계각층에서 모인 퇴직자 100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직원 출신이 많은데 인원이 모자랄 때에는 2년마다 증원합니다. 수지침, 독서 지도, 학급 문고 정리정돈, 중국어, 미술 치료, 어르신 한글 지도, 한문 지도 등 현직에 있을 때 익힌 노하우를 살려 다양한 봉사를 합니다."

하 씨는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다가 수성도서관(구 효목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어르신들께 한글을 깨우쳐 주고 싶어서 한글교실을 운영하며 6년째 봉사를 하고 있다. 한글교실 교재는 12권인데 다 배우기까지는 3년이 걸린다고 한다.

한글교실에는 60~80대 수강생 20여 명이 모여 오전 10~12시 두 시간 수업을 한다. 장거리 통학도 마다하지 않아 청도'영천 금호에서 오기도 한다. 수강생들은 글을 배우고 익혀서 손자 손녀 이름 쓰기, 상가 간판 읽고 식별하기, 버스 번호 알고 이용하기, 편지 쓰기 등을 하게 되어 즐겁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할머니는 예전에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돈을 찾았는데, 지금은 자신이 직접 은행에 가서 돈을 인출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할머니는 글을 배워서 성경을 읽게 되어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어르신들이 희망을 품고 늦게나마 한글 공부를 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어릴 적에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성실하게 수업에 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업 시작 전에 출입문을 열고 강의실에 들어가기가 미안할 정도로 예습과 복습을 잘해옵니다."

하 씨가 한글교실에서 지도하는 특징 중 하나는 수업 마치기 전에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는 점이다. 10문항에 10자 이내의 문장이나 단어를 기본으로 한다. "문장이 길면 배우는 단계에선 이해를 못 합니다. 채점을 하면서 틀린 글자는 즉시 고쳐 쓰기를 합니다. 받아쓰기는 점수가 아니라 글자를 알아가는 데 목표를 두지요." 어린 학생들은 이해가 빠르나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다. 반면 어르신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조금 늦은 편이나 그동안의 사회적 경험을 바탕을 연관 지었을 때 그 열성은 대단하다는 게 하 씨의 귀띔이다.

하 씨의 자원봉사 적립통장에는 1천500여 시간이 찍혀 있다. 적립통장 제도가 실행되기 전까지 따진다면 그의 봉사 시간은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일 것이다. 하 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수강생들의 열의가 있는 한 자부심을 갖고 저의 지혜와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학습지도에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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