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지도 원본을 공급하는 오픈스트리트맵(OSM)재단이 2023년 1월 기준 예성강 지도를 매일신문에 공개했다. 이 지도에는 예성강이 명확히 표시돼 있다. 네이버는 이제껏 예성강이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2023년 OSM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데이트했다. 당시 OSM에는 예성강이 없었다"며 OSM 탓을 했는데 원작자인 OSM재단이 직접 증거를 내밀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10일 OSM재단은 매일신문에 "예성강은 삭제된 적 없다. 다시 한 번 확인해 주겠다. 예성강은 최소 2015년부터 꾸준히 OSM에 표시돼 왔다(The whole river was never removed, I can once again confirm without ambiguity that the Ryesong River has consistently appeared on OpenStreetMap since at least 2015)"고 했다. OSM은 영국 비영리단체인 OSM재단이 2005년부터 운영 중인 오픈 소스 지도 데이터베이스다. 네이버는 한국 외 지역 지도의 경우 OSM 데이터를 가져다 쓴다.
이는 네이버의 이제껏 해명을 정면 반박하는 것이다. 최근 북한 예성강 상류에 위치한 우라늄 정련공장에서 핵폐수가 방류돼 한국까지 흘러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네이버 지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네이버 지도에서 예성강과 서해 연결부위가 통째로 보이지 않아서였다. 네이버가 외압 등의 이유로 예성강을 삭제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2023년 네이버 지도를 업데이트를 하면서 예성강이 빠졌다. OSM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그때 OSM에 예성강이 빠져 있어서 네이버 지도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매일신문은 "2023년 OSM에 예성강이 빠져 있다는 증거를 제공해 달라"고 했다. 네이버는 OSM의 지도 수정 기록을 보내왔다. 네이버가 내놓은 OSM의 예성강 수정 기록에는 "약 2년 전에 삭제됨 님이 편집함"이라고 돼 있었다. OSM엔 지도가 수정될 때마다 수정 내역이 기록된다.

이에 대해 OSM재단 관계자는 "네이버가 체면을 지키려 억지 논리를 펴고 있는 것 같다. 네이버가 보낸 링크는 예성강이 2년 전에 삭제됐다는 뜻이 아니라 예성강을 지도에 표시했던 사용자 가운데 한 명이 '자신의 계정을 삭제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OSM재단은 2023년 1월 기준 예성강이 정확히 표기돼 있는 지도와 함께 '힌트'라며 반박 증거를 하나 더 보내 왔다. 예성강 바로 옆 율포저수지 지도였다. OSM은 "OSM 지도를 보면 율포저수지가 명확하게 표시돼 있는데 네이버 지도를 보면 반이 잘려 있다. 이게 힌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일신문은 네이버에 "2023년 언제쯤 OSM 지도 데이터를 가져와 업데이트를 한 것인가. OSM재단이 보낸 2023년 1월 지도에는 예성강이 표기돼 있다. 또한 네이버 지도를 보면 율포저수지 왼쪽이 인위적으로 잘려있는 듯한 모습이다. 왜 그런 것이냐"고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쳐져서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날짜를 특정할 수 없다"며 "다른 건 OSM재단에 물어 봐라. 우린 지금 OSM 때문에 네이버 지도에 예성강이 없다는 얘기 밖에 못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예성강 삭제 의혹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10월 당시 네이버 지도에 예성강이 표시돼 있던 증거도 공개된 상태다.

이번 논란은 한 유튜버가 인천 강화군 민머루해수욕장에서 일반인 방사선 피폭량 허용 기준 8배에 이르는 0.87μSv/h가 기록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지난달 10일 한 언론이 북한 황해북도 평산군 우라늄 정련공장에서 방류한 폐수가 예성강을 거쳐 서해로 흘러 들어왔을 가능성을 제기해 유튜버가 출동한 것이었다. 이에 맞물려 네이버에 예성강 지도가 표기되지 않아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매일신문이 민머루해수욕장과 예성강 하류와 직접 맞닿는 지점 3곳 등 총 4곳에서 직접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결과 0.09~0.11μSv/h이 기록됐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일반인 연간 피폭 권고 기준인 0.11μSv/h 이하 수치다.
이 보도에 대해 일각에서 "권고 기준에 육박하는 수치는 위험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 수치는 보수적으로 잡은 권고 기준일뿐이다. 세계 평균 방사능 수치는 0.27μSv/h며 한국 평균 방사능 수치는 화강암이 많은 지질 특성 때문에 0.35~0.43μSv/h 정도다.
한편 OSM재단은 네이버의 출처 표기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OSM은 "네이버가 OSM 출처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OSM 데이터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출처를 잘 보이는 곳에 명시해야 한다. 이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 모든 사용자에게 이익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 지도에는 한국과 북한·일본은 전체, 중국·러시아는 일부가 나오는데 다른 나라는 축적 10㎞ 미만도 OSM 출처가 표기되지만 유독 북한만 OSM 출처가 표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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