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부산행' 배우 정유미

"'부산행'이 내 어떤 아집을 내려놓을 수 있는 첫 영화인 것 같아요."

배우 정유미(33)는 기획영화인 '부산행'에 참여한 걸 만족해했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상황에서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에서 역할을 충실히 다해냈다.

2004년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시작으로 장편 '사랑니' '가족의 탄생' '도가니', 드라마 '연애의 발견' 등을 통해 10년 넘게 연기한 그는 "이제 조금은 배우인 나를 인정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독립'예술'상업 영화를 오가며 본인만의 영역과 연기톤을 고수하고 사랑받고 있는 그이기에 그만의 길을 잘 걷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팬들이 사랑해주고 관계자들의 선택을 받아 고마운 일이었으나 자신은 만족하지 못했다. 이제야 스스로 조금 인정할 수 있게 됐다. "어떤 아집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표현한 이유다.

"나는 나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혼란스러웠어요. '히말라야'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죠. '분량은 적지만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를 원하는 사람들이 이걸 줬으니 제대로 (영화 속에)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부산행'도 마찬가지고요."

그는 "이제 나라는 배우에 대해 똑바로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이전에 나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몰랐는데, 연기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느낀 시간이 됐어요. 또 굉장히 힘든 작품이기도 했는데 선배들이 고군분투하는 걸 보면서 '저런 게 배우지'라고 생각했죠."

정유미는 "사실 좀비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연상호 감독은 궁금했다. "출연 제안이 들어왔다고 해서 한 번 놀랐어요. 또 임산부 역할이라는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응?'이라는 반응을 보였죠. 시나리오를 읽어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감독님이 궁금해졌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처음 만난 배우 마동석과는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의외의 조화가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다양한 배우들과 연기하면서 '누구와 있어도 호흡이 잘 맞는다'는 평을 들었다"는 그는 "그래서인지 솔직히 걱정을 1%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이번엔 또 얼마나 잘 어울릴까?'라고 기대가 됐다"고 회상했다.

"사실 그동안 전 연기하는 것만 좋았어요. 예전에는 관객 반응도 궁금하지 않았죠.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현장에서 정말 열심히 했으니 흥행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결과라고 여겼어요. 그런데 '부산행' 같은 경우는 돈이 많이 들기도 했고, 제가 뭘 해야 할지 조금은 알고 결정하고 들어온 영화이며, 또 재미있게 찍어서인지 관객들에게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런 기분은 처음이에요."

정유미는 "치명적인 멜로도 하고 싶고, 제대로 된 액션도 하고 싶다"고도 바랐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봤는데 퓨리오사 역도 할 수 있어요. 기다릴 수만은 없으니 열심히 운동하고 있죠. 기회는 제가 만들어야 오는 거니까. 절 써 줄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