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올라 정상을 정복한다고 누가 말하는가. 인간이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이 인간에게 길을 내어줄 뿐인 것을. 정상을 정복하려는 욕심만 있는 피크 헌터(peak hunter)가 될 것인가, 산과 교감하며 삶을 배우는 진정한 산사람이 될 것인가.
진정한 산사람이 되기를 꿈꾸는 영호남 대학생들이 중국 고산에서 첫 해외원정의 소중한 경험을 가슴속에 간직하며 돌아온다. 대구, 경북, 광주, 전남, 부산 등 5개 시도 학생산악연맹의 중국 쓰촨성 거니에신산(6,204m) 합동원정대는 16일 산행 일정을 끝내고 하산을 시작, 19일부터 쓰촨성 성도인 청두(成都)로 향하는 3일간의 하행 캐러밴을 시작했다. 원정대원들은 현지 행정절차 등을 마치는 대로 오는 24일께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5개 시도 학생 합동원정대는 지난 6월 26일 대구에서 발대식을 갖고 30일 출발했었다. 각 시도 대학 재학생과 OB 등 16명으로 구성된 원정대는 이정현(46'광주전남학생산악연맹'순천대 산악회89 OB) 총대장의 지휘 아래 해발 3,900m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본격 등반을 준비했다.
이들이 택한 루트는 거니에신산 등반 루트 중에서도 험난한 남릉 코스. 암벽과 설벽이 가로막고 있어 지금껏 어떤 원정팀에도 품을 내어주지 않았던 미답 코스였다. 하지만 고산 등반 경험이 많지 않은 대원들이 그동안 배우고 훈련한 등반기술을 실전에서 펼쳐볼 수 있는 코스였다.
해발 4,800m와 5,300m 지점에 캠프1과 캠프2를 각각 설치하며 동시에 고소 적응 훈련까지 끝마친 원정대는 13일 처음으로 캠프2를 떠나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기상 악화로 1차 공격은 실패. 운무로 한 발도 내디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총대장은 다음 날인 14일 다시 루트 파인딩(route finding)을 시도했다. 15일 체력을 회복한 대원들을 데리고 다시 정상 공격에 나섰다.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던 대원들. 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의 앞을 막는 칼날 능선. 양편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이룬 칼날 능선은 인간의 접근을 불허하는 위험천만한 코스였다. 두 발을 올려놓기도 힘든 능선에서 거세게 불어닥치는 눈바람에 자칫 날려갈 수도 있는 상황.
이 총대장은 베이스캠프에 무전을 쳤다. "칼날 능선이 가로막아 도저히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계속 진행하면 학생 대원들이 너무 위험하게 됩니다. 캠프2로 돌아갑니다."
이 총대장은 등반을 마친 후 "선택 가능한 여러 루트를 개척하며 정상 공격을 시도했지만 촉박한 일정 등으로 더 이상의 시도를 해볼 수 없어 아쉬웠다"며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학생들이 그동안 배운 기술들을 현장에서 실천해볼 수 있었고 그를 통해 경험을 축적한 것은 성과였다"고 의미를 밝혔다.
이 원정대를 처음부터 구상하고 추진했던 홍종욱(58'팔공건설 대표이사) 대구경북학생산악연맹 회장은 "이번 원정대는 어디까지나 산을 배우는 학생들로 구성되어 애초부터 정상 등정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며 "한국 산악계의 꿈나무들이 산악인으로서의 꿈을 더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며 노고를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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