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우주가 도와준다고?

대통령의 공식 석상 발언은 낱말 하나하나에 중요한 의미가 담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기이한 단어들을 쓰곤 했다. "혼이 비정상"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등이 그 사례다. 2015년 5월 청와대에서 있었던 어린이날 꿈나들이 행사에서도 박 대통령은 특이한 말을 했다.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 그래서 꿈은 이루어진다." 어린이들 앞에서 한 말치고는 뜬금없는 이야기라는 반응이 당시에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을 무척 좋아하는 듯하다. 2015년 4월 '한'브라질 비즈니스 포럼'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사실, 이 문장은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대표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말이다. '연금술사'는 자아'영혼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길을 나선 한 소년의 여행기를 다루고 있다. 박 대통령이 평소 코엘료의 책을 탐독했거나, 브라질 관련 행사인지라 브라질 작가의 글을 덕담 차원에서 인용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항간의 의혹대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손길을 거쳐 돌출된 발언일 수도 있겠다.

엄격히 말해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라는 표현은 샤머니즘 용어가 아니다. 이 말은 197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뉴에이지(New Age) 사상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이다. 뉴에이지 베스트셀러 '시크릿'에도 비슷한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원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마음에 그리면 부'건강'명예 등 무엇이든 이뤄내는 힘이 마음속에 있다고 뉴에이지 사상가들은 주장한다. 비슷한 것을 끌어당기는 것이 우주의 원리이며 좋은 생각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간절히 바란다고 해서 다 이뤄질 수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 세상이다. 국정 최고책임자라면 이처럼 공중에 붕 뜬 생각 속에 매몰되어 있을 것이 아니라, 굳건한 현실 인식 아래 소통하고 행동하는 리더십을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세계나 무속 등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사이비 교주 최태민 목사와 그의 딸 순실 씨 등이 그 틈을 파고들면서 대를 이어 사리사욕을 채웠다. 공사를 분간 못 하는 대통령의 처신과 무능 때문에 국민은 불행과 모멸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내건 슬로건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였다. '국민 꿈'이 아니라 '내 꿈'이었다는 점이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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