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순실·안종범의 힘? 배후 있는 권력형 비리"

최고위직 동원해 사익 추구 "배후 규명 수사 박차" 목소리

최순실(60) 씨가 공적 재단을 만들어 놓고 정부 최고위직 인사까지 동원해 사익을 추구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됨에 따라 최 씨에 대한 공분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일이 최 씨의 독자적 기획 범행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힘을 등에 업고 벌인 '권력형 비리'라며 검찰이 배후 규명을 위한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 씨가 받고 있는 혐의의 골자는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공모해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800억원대 출연금 납부를 강요하고 개인회사인 더블루K를 통해 K스포츠재단에서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총 7억원을 빼내려 했다는 것이다.

공적인 사업을 하는 것인 양 재단을 만들어놓고 뒤로는 자신의 배를 불리려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미르재단은 지난해 10월, K스포츠재단은 올 1월 각각 설립됐다.

'음식'의류'라이프스타일 등 한국문화를 전 세계에 확산한다'(미르), 'K스포츠재단은 스포츠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다'(K스포츠)라는 설립 목적이 정관에 명시됐다. 둘 다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다.

하지만 이후 이들이 순수 비영리 재단이 아니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조 아래 통상 20일 이상이 걸리는 재단 설립 승인이 불과 하루 만에 초고속으로 이뤄지고 창립총회 회의록과 정관도 상당 부분 허위로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더해 안종범 전 수석이 대기업을 상대로 한 재단 출연금 모금에 개입하고 그 배후에 최 씨의 기획'조정이 있었다는 폭로가 쏟아지며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최 씨가 개인 재산 증식 목적으로 재단을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덩달아 증폭됐다.

특히 최 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 하루 전 설립 취지와 이름'로고까지 비슷한 '더블루K'라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세우고 각종 이권에 개입한 흔적이 나온 것은 재단의 실체와 역할을 의심할 만한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했다.

검찰도 더블루K의 역할과 기능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고 이러한 의혹들은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더블루K는 K스포츠재단 외에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장애인 휠체어 펜싱팀에 대한 에이전트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이 역시 안 전 수석과 최 씨가 공모한 것으로 직권남용 범죄 사실에 포함됐다. 더블루K가 사실상의 이권 창구로 기능하고 재단은 그 토대를 제공한 셈이다.

이러한 일이 단지 안 전 수석과 최 씨의 힘만으로 가능했겠느냐는 의문도 커지는 중이다. 최 씨와 대통령의 관계가 각별하다고 해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수석 본업을 벗어나 이처럼 엄청난 비위 행위를 대놓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국 검찰이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신병을 확보해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국정 농단의 배후나 윗선이 있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관여한 게 아닌지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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