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식물정부' '실종국회'…국정 마비 합작품

朴 대통령 국정 장악력 상실, 황교안 총리 사퇴 기정사실

'최순실 국정 농단 게이트'의 쓰나미에 대한민국의 국정이 공백 상태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장악력을 상실했고, 황교안 국무총리도 사퇴가 기정사실화하면서 행정부 전체가 통째로 마비된 모습이다.

이 같은 비상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할 국회와 정치권 역시 '초당적 비상 체제'를 가동해 힘을 모으는 대신, 정치 공방만 주고받으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야 모두가 '비상회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과 이른바 '정국 수습 로드맵'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회의 정치력 실종과 위기 대처 능력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가 '정국 수습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거국내각 구성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으나 야권은 묵묵부답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 비주류 일부는 헌법 준수를 부각하며 '탄핵 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중진인 박영선 의원이 국회법 제36조에 따른 '비상시국 전원위원회' 소집을 통한 거국중립내각 논의를 제안했다. 국민의당에서도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시국 수습 방안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선언→여야 합의 총리 추천 임명→총리가 주도해 대통령 퇴진 시기를 포함한 향후 정치일정 확정' 등을 골자로 하는 3단계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각종 제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지만 여야 모두 각각의 해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모두 '공염불'로 쌓여가고 있다.

이 같은 정치 실종 현상은 이들 각각의 수습책에 차기 대권까지 고려한 정치적 셈법이 깔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야 모두 초당적 회의체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한마디로 '동상이몽'이다.

야당 의원들의 제안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전제로 한 것인 반면,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우선 거국내각 협상부터 시작하고 대통령의 2선 후퇴를 논의하자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게다가 여권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는 퇴진 요구를 계속 거부하면서 '내년 1월 전당대회 카드'를 제시하고 당분간 정국 수습의 중심에 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야권은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를 아예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새누리당 비주류 역시 친박계 퇴진을 요구하며 여권의 대표성을 회복하려 싸우고 있다.

야권 내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정국 수습의 주체가 되려고 경쟁하는 등 여전히 각 정파가 이번 '최순실 정국'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보거나 최소한의 손해로 막으려는 치열한 '파워 게임'이 펼쳐지는 형국이어서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비롯된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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