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의 고장'은 예천군의 상징이자 자랑이다. 그만큼 예천은 '활을 쏘는 민족의 기와 전통을 지켜온 고장'이란 자부심이 강한 곳이다.
이곳 출신 궁장들이 만드는 국궁이 전국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 5만여 명의 농촌에 예천군청 실업팀을 비롯해 초등학교 3곳 등 모두 7개의 양궁팀이 있다. 80년 전통을 자랑하는 활터 '무학정'과 국내 최고 시설을 갖춘 예천진호국제양궁장, 국궁전수관 등 활 인프라는 예천의 자랑이다.
예천군은 이런 활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난 2014년부터 '예천세계활축제'를 개최하며 붐 조성에 나서고 있다. 내년에는 활축제 기간 중 '세계전통활연맹'을 창설해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예천의 활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지역 문화'체육인들은 신도청시대를 맞아 예천의 문화 및 관광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축제, 행사 등을 총괄하는 전담기구 설치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궁의 본고장 예천, 양궁으로 꽃피워
예천은 '활의 고장'으로 불렸다. 지난 1979년 서독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5관왕을 차지한 김진호 선수를 비롯해 한국 최초 중요무형문화재 제47호 궁시장으로 지정받은 송강 권영록(1916~1986) 명장, 중요무형문화재 47호로 지정받은 권영학 궁장과 김종국 시장, 진호국제양궁장 등 활과 관련된 많은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국적으로 국궁을 제작하는 장인들 대부분이 예천 출신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예천 국궁은 권율 장군의 직계손이던 계황이 조선 숙종 때 개성에서 예천 왕산골(왕신리)로 이주한 뒤부터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안동 권씨 가문의 조궁술이다. 그 이후 1920년부터 1953년까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혼란기를 겪으며 30여 년간 활 제작이 중단됐다가 1953년 이후 재현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후손들에 의해 면면히 계승돼 왕산골에서 조궁술을 익힌 명장들이 서울, 영주, 전주, 마산, 천안 등지로 흩어져 국궁의 맥을 잇고 있다.
권영학 궁장은 "옛날부터 아들을 낳으면 대문에 고추 대신 활을 걸어 놓는 풍습이 있을 정도로 예천 사람들의 활 사랑은 남다르다"며 "전국적으로 활의 역사와 전통을 가장 많이 간직한 유일한 고장"이라고 말했다.
국궁의 뒤를 이어 활의 고장 예천의 위상을 전 세계에 우뚝 세운 것이 바로 양궁이다. 양궁 하면 김진호 선수를 떠올린다. 1979년 당시 예천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 선수는 서독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5관왕이라는 기적을 이뤘다. 전 세계 언론은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의 시골 소녀가 세계를 제패했다는 기사를 1면 톱으로 다뤘고 예천이 활의 고장임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런 김 선수의 선전 뒤에는 권영학 궁장을 비롯한 지역 유지들의 도움이 있었다. 당시 예천여중 장기오 교장과 권영학 궁장 등을 중심으로 지역의 뜻있는 유지들이 힘을 모아 1973년 예천여중 양궁부를 창설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이어 1975년 예천여고에 양궁부가 창설되면서 김진호, 황숙주, 서현주, 김미자, 한희정, 윤옥희 선수 등 수많은 한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가 배출됐다.
김도영 경북양궁협회 회장은 "예천 양궁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는것은 예천 국궁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열악한 숙박 시설에도 불구하고 예천에서 전국 규모의 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예천 사람들의 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활 인프라 '자랑'
예천군은 활의 고장답게 80년 전통을 자랑하는 활터 '무학정'과 국내 최고 시설을 갖춘 '예천진호국제양궁장', 국궁전수관 등 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으로 유명하다. 장용호, 윤옥희, 김성남, 김수녕, 한희정, 김미자 등 수많은 양궁 스타를 배출한 예천군청 실업팀을 비롯해 지역 초'중'고 6개 학교에서 남녀 양궁부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 중고양궁연맹(회장 이현준 예천군수)과 경상북도 양궁협회(회장 김도영) 사무실도 예천에 있을 정도다.
특히 김진호 선수의 이름을 딴 '예천진호국제양궁장'은 예천군의 자랑거리다. 이 양궁장은 1980년 예천읍 동본리 공설운동장 인근에 '진호궁도장'이란 이름으로 처음 세워졌다. 이후 김진호 선수가 1979년 세계 양궁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5관왕을 차지하는 등 세계를 주름잡는 '신궁'이 된 것을 기념해 1995년 3㎞ 떨어진 예천읍 청복리에 새로 만들어져 '예천양궁경기장'으로 불리다가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둔 2002년 '예천진호국제양궁장'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7만9천338㎡의 넓은 주경기장과 결선 경기장, 본부석, 관람석, 선수 숙소, 문화체육센터 등이 갖춰져 있으며 양궁 전용 경기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매년 11~14차례의 전국 규모 양궁대회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으며, 국내를 비롯한 해외 양궁팀들의 전지훈련, 그리고 양궁 체험객들로 항상 붐비고 있다.
올해는 인도네시아, 중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 양궁선수단 5개 팀과 국가대표팀을 비롯한 국내 선수단 25개 팀 등 모두 30개 팀 2천73명이 전지훈련을 다녀갔으며 양궁대회 12회 개최 1만2천여 명, 양궁체험장 2천80회 운영 1만6천여 명 등 모두 3만여 명이 예천진호국제양궁장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을 비롯한 전국 남녀 양궁종합선수권대회 등 전국 규모의 양궁대회 8회와 경북지역 대회 4회 등 12차례의 양궁대회를 유치하며 양궁의 메카 예천의 자존심을 지켰다.
박창배 예천군 문화체육사업소장은 "예천진호국제양궁장은 10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한 예천군청 양궁실업팀과 함께 예천의 자랑"이라며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양궁을 접할 수 있도록 양궁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국제대회 및 전지훈련팀을 많이 유치해 지역 경기에 보탬이 되는 명실상부한 세계 양궁의 메카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예천세계활축제 세계적 축제로 성장
'활의 고장' 예천. 대한민국 100여 년 궁도 역사 속에서 잊혀 가는 전통 활 명맥을 이어온 국궁의 도시다. 이러한 예천군이 국궁과 양궁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큰 도약의 길을 걷고 있다. 신도청시대를 맞아 예천군이 야심차게 준비한 '예천세계활축제'가 그 시발점이다.
예천군은 1999년부터 예천 군민의 날을 기념해 매년 10월 16일 전후로 개최해 오던 농산물 축제를 지난 2014년부터 활을 주제로 한 '예천세계활축제'로 바꿔 지역의 대표축제로 만들어 가고 있다.
가장 인기리에 운영됐던 활사냥체험(필드아처리)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동물모형 입체 표적(3D)을 설치해 활을 쏘아 맞히면 동물소리가 나는 음향 효과로 실제 사냥처럼 즐길 수 있었다.
또 국궁'양궁 체험장을 비롯해 1팀당 최대 20명 이내로 참가해 안전장치가 된 양궁으로 상대편을 맞혀 아웃시키는 양궁서바이벌, 최대 4명이 한 조로 9개 지점을 돌며 활을 쏘아 목표 점수를 획득하는 양궁골프게임 등 다양한 체험거리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5만여 명에 머물렀던 농산물축제 관광객이 활 축제 개최 후 10만여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활을 단순한 스포츠의 한 갈래가 아닌 문화'콘텐츠로 한 단계 성장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예천세계활축제는 '활'을 소재로 한 독창성을 높이 평가받아 대한민국 축제 콘텐츠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예천군은 내년 10월로 예정된 제3회 예천세계활축제 기간 중 '세계전통활연맹'을 창설해 활축제의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예천의 활(국궁'양궁)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면서 세계전통활의 문화를 공유할 예정이다.
또 각종 국제대회가 열리는 예천진호국제양궁장 인근에 전 세계 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활박물관과 필드아처리 경기장, 양궁'국궁 활쏘기 체험장 등을 설치해 국내 최대 규모의 '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현준 예천군수는 "활을 가지고 축제를 개최하는 곳은 예천이 유일하다"며 "예천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으로 세계활축제를 더욱 발전시켜 신도청시대 외국인들이 찾는 명실상부한 세계축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예천 문화 및 관광산업 전담하는 기구 있어야
신도청시대 중심도시인 예천의 문화 및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축제와 관광 분야를 전담하는 (가칭)문화재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예천군은 매년 예천세계활축제와 곤충페스티벌, 용궁순대축제, 삼강막걸리축제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해 관광산업 활성화와 이를 통한 주민 소득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축제 주체가 서로 다르고 자주 바뀌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연계성과 전문성이 부족하고 반복적인 행사 진행으로 새로운 변화가 끊임없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권두현 경북미래문화재단 이사는 "신도청시대 예천군의 모든 축제를 관장해 예천군만의 차별성 있는 행사 콘텐츠를 육성할 수 있는 전담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지역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축제, 행사의 통합관리로 관광산업 발전의 주춧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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