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벤처 "기술력 있어도 자금난이 큰 걸림돌"

대구경북 350여곳…상장까지 이어진 곳 거의 없어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벤처기업 'MCK바이오텍' 김미경 대표는 요즈음 투자 유치로 고민이 많다. 이 업체는 차세대 자원으로 꼽히는 해양 미세조류를 활용해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연구하는 유망기업이다. 하지만 당장의 매출보다 연구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겪는 자금난은 큰 걸림돌이다. 이렇다 보니 김 대표는 투자자도 만나고 회사 인지도도 높이고자 국내외 박람회장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김 대표는 벤처기업 입장에서 기업 주도의 거액 투자보다는 개인들이 모인 엔젤투자가 더욱 반갑다고 했다. 그는 "신생 벤처기업이 당장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거액의 투자가 아니라 회사 운영을 원활하게 할 정도라도 충분한데 지역에선 이런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구경북의 여성 벤처업체들이 특허 등 우수 기술력과 유망 사업 아이템을 보유하고도 투자 확보 애로로 힘들어하고 있다. 초기 자금 등이 고갈되는 '데스밸리'(창업 후 3~7년)의 어려움은 여성 벤처업체에 더 많이 나타나고 있어 이들을 위한 투자자 연계 등 다양한 지원들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여성벤처협회 대구경북지회에 따르면 대구경북에 자리 잡은 여성 벤처업체는 총 350여 곳에 이르지만, 상장까지 이어진 곳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협회 측은 이 중 대부분이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해 당장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고령에 위치한 벤처기업 ㈜신일이엔시도 비슷한 애로를 겪고 있다. 2014년에 설립된 이 업체는 교량 받침 및 난간 등 도로시설물 관련 제품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곳 김보경 대표이사는 '스마트 팜'(ICT 기술을 활용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식물공장)을 신성장 분야로 주목해 관련 기술력을 키워왔다. 현재 스마트 팜 구조재 관련 3개의 특허를 갖고 있고 해외 수출을 목표로 3, 4개 특허를 추가로 준비 중이다. 하지만 사업 확장에 꼭 필요한 자금 확보가 문제다. 김 대표이사는 "회사를 상장시켜 스마트 팜을 널리 보급하는 꿈이 있지만 선행 투자에 드는 자금 확보가 당장 힘들다"고 했다.

2016년 대구에서 설립된 '릴리커버'는 피부재생마사지기를 생산하는 벤처기업이다. 이 업체 안선희 대표는 2016년 창업 아이디어 경연대회 'C스타'에서 2위를 차지하고, 해외 박람회장에서도 성과를 인정받고 있지만 역시 자금난에 힘들어한다. 안 대표는 "관심을 보이는 해외 업체들이 있지만 당장 경영에 필요한 자금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결국 지역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벤처 투자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벤처협회 대구경북지회 측은 "기술력은 있으나 담보력이 없는 많은 기업들이 중도에 도태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대구경북의 경우 투자 생태계가 취약한 편에 속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