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시의 재경학숙 건립 거부,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발상이다

경상북도가 '재경 경북학숙(재경학숙)' 건립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니 반갑다. 20년 이상 끌어온 숙원사업이 마침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런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대구시가 참여를 거부했다고 하니 정말 이상한 일이다. 지역 상생 차원에서 웬만하면 경북도와 보조를 맞춰온 대구시가 단호하게 뿌리쳤다는 점에서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구시가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서울 대경학숙보다 대구권 대학생을 위한 지역 내 공동기숙사 건립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구 수창동 공구골목에 350억원을 투입해 지역 소재 대학 재학생 1천 명이 거주하는 '행복기숙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우수한 인재가 타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정주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는 시 관계자의 설명도 나왔다.

대구에 지역 소재 대학을 위한 기숙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얼핏 맞는 말 같지만, 잠시 생각해도 괴상망측한 논리임을 알게 된다. 기숙사 하나 짓는다고, 서울 갈 학생이 대구에 남을 수 있다는 발상은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가. 기숙사 유무가 서울 유학의 전제조건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대구시만 모르는 척할 뿐이다.

경제적으로 힘든 지역 학생과 학부모를 도와주기 위해 대경학숙을 짓자는 것인데, 대구시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논리를 만들어 진실을 호도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지역 대학과 동창회 등에서 반대한다는 이유로, 억지 논리를 내세워 대경학숙 건립을 거부하는 대구시를 보면 한심하다. 유력인사 몇몇만 반대하면, 하던 일도 중도에 멈추고 마는 대구시의 소심함이 또다시 엿보이는 사례다.

다시 강조하지만, 광주전남'전북'강원'충북'경기 등 8개 지자체가 '서울 학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빛나는 전통의 대구경북만 쏙 빠져 있다. 당장은 힘들고 고민스러운 일이지만, 대경학숙을 통해 출향 학생들에게 지역사랑'향토사랑을 깨닫게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다. 대구시는 눈앞의 반대 압력에 연연하지 말고, '지역인재 양성'이라는 대의만을 생각하면서 참여 거부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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