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흥] 도시와 바다, 문화가 공존하는 시드니

예술작품 위한 예술작품 '오페라하우스'

시드니의 상징과도 같은 오페라하우스. 지어진 지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선을 압도하는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시드니를 찾으면 꼭 들러야 할 관광 명소가 됐다.
시드니의 상징과도 같은 오페라하우스. 지어진 지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선을 압도하는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시드니를 찾으면 꼭 들러야 할 관광 명소가 됐다.
세계 3대 수산시장으로 꼽히는 시드니 피시마켓. 이곳에서는 평일 오전 경매가 이뤄지는 내부를 돌아볼 수 있는 가이드 투어가 진행된다. 사진은 가이드 투어를 맡은 알렉스.
세계 3대 수산시장으로 꼽히는 시드니 피시마켓. 이곳에서는 평일 오전 경매가 이뤄지는 내부를 돌아볼 수 있는 가이드 투어가 진행된다. 사진은 가이드 투어를 맡은 알렉스.
200여 년 전 호주에 도착한 영국인들이 처음 정착했던 록스 지역. 시간을 담은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가득하다.
200여 년 전 호주에 도착한 영국인들이 처음 정착했던 록스 지역. 시간을 담은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가득하다.
2016년 12월 새롭게 문을 연 후 전 세계 컨벤션 거점으로 등극한 시드니 컨벤션센터(ICC).
2016년 12월 새롭게 문을 연 후 전 세계 컨벤션 거점으로 등극한 시드니 컨벤션센터(ICC).

'다르다'는 것은 묘한 이끌림이 있다. '동질감'은 친근함과 편안함으로 어필하는 반면, '이질감'은 낯섦에 대한 동경으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누구나 내가 갖지 못한 것, 지금까지 보고 경험해 보지 못한 것, 느껴보지 못한 감정 등 '색다른 무언가'에 대한 아련한 갈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다름'에서 비롯된 다양한 매력이 흘러넘치는 곳이다. 계절이 한국과 정반대이다 보니 뜨거운 여름을 향해 가고 있는 우리와 달리 호주는 이제 추운 겨울을 준비 중이다. 추울 때는 뜨겁고, 더울 때는 시원한 반대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당연히 자연환경도 다르고, 하늘의 별자리도 다르며, 흔히 보지 못하는 캥거루와 코알라 등 이색적인 동물과 식물이 넘쳐난다.

더구나 좁은 땅덩이에 5천300만 명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와는 달리,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넓은 국토 면적(남한의 약 배)을 가진 호주는 광활한 대지가 선사하는 탁 트인 풍경에다, 풍요로운 자원을 가진 나라다. 요즘처럼 황사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봄철에는 파란 가을 하늘이 수채화처럼 펼쳐진 청정한 풍경의 호주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호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문화의 중심지로, 1년 내내 다양한 축제와 전시회, 이벤트가 펼쳐지는 시드니. 세련된 도시 이미지와 푸른 바다가 주는 여유로움, 다채로운 문화가 공존하는 호주의 심장 시드니 도심 속으로 떠나보자.

◆우아함의 극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푸른 바닷가에 요트의 돛과 조개껍데기를 형상화한 아름답고 유려한 곡선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됐다.

시드니 하면 오페라하우스를 맨 먼저 떠올릴 만큼 상징적인 장소이다 보니 한호주 언론 교류 프로그램(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의 일환으로 시드니를 찾아 가장 먼저 방문한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초가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는 유람선, 하버브리지와 고고하게 뜨거운 햇살을 튕겨내고 있는 오페라하우스까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예술작품을 위해 지어진 예술작품'이라 불리는 오페라하우스는 건설 당시 수많은 시민들의 반대로 수차례 공사 중단을 겪었지만, 현재는 호주 관광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됐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오페라하우스는 1957년 공모를 통해 덴마크 건축가 요른 웃손(Jorn Utzon)의 디자인이 선정되고 2년 뒤 공사를 시작해 1973년 완공됐다. 벌써 60년 전 디자인이지만 여전히 세련되고 시선을 압도하는 매력이 있다. 역시 명작의 가치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쉬이 퇴색되지 않는 법이다.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오페라하우스에서는 공연을 봐야 제 맛이지만, 시간이 없다면 내부 투어라도 해보는 것이 좋다. 가이드투어는 한국어로도 가능하다. 지난해 기준 49만1천여 명이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이 중 9%(약 4만6천 명)가 한국인으로 집계됐다.

◆오페라하우스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장인 만큼 공연 횟수도 어마어마하다. 늘 다양한 장르의 무대가 이어진다. 니콜라 브랜든(Nicola Brandon) 관장은 "연간 공연 횟수가 1천800여 회, 관람객은 150만 명에 달한다"고 했다. 특히 최근에는 아시아 지역 관광객과 관람객 수가 급격히 늘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이들을 위한 구정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브랜든 관장은 "전통적인 공연 스타일뿐 아니라 해리포터, 라라랜드 등 영화를 바탕으로 한 OST 연주, 록스타와 오케스트라의 협연 등 다양하고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 젊은 관객들을 유치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오페라하우스의 야경을 돌아봐도 좋다. 이곳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특히 5월 25일부터 6월 16일까지 23일 동안은 '비비드 시드니(Vivid Sidney) 2018' 축제가 열려 총천연색 빛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첨단기술과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조명이 오페라하우스뿐 아니라 하버브리지, 현대미술관, 서큘러 키 일대의 초고층 빌딩, 심지어 바다에 떠 있는 유람선까지 캔버스로 활용하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지난해에는 무려 223만 명이 비비드 시드니를 관람했다.

◆오래된 고풍스러움과 현대의 공존, 록스

1788년 1월 영국 제1함대 선원들과 영국계 이주민들이 시드니에 닻을 내렸다. 그리고 이들이 최초로 정착한 곳이 바로 시드니 항구를 끼고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 사이에 위치한 '록스'(The Rocks) 지역이다. 본래는 호주 원주민 에보리진의 카디칼(Cadigal) 부족이 거주하던 곳이지만 영국인들이 건너오면서 이들의 정착지가 됐다.

록스 지역은 오래된 건물들이 모인 고풍스러운 곳으로, 거리 곳곳을 채운 고건축물이나 그 길목에 깃든 사연들이 가득하다. 가이드 투어를 맡은 원주민 아줌마는 1시간 남짓의 투어 내내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물과 자연환경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살아간다"며 "이것이 사람에게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만큼 우리는 이 환경을 지켜낼 의무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록스 지역에서는 앤디 워홀의 작품이 전시된 현대미술관, 오페라하우스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언덕 위 시드니 천문대 등도 돌아볼 만하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벼룩시장이라 할 수 있는 '록스 마켓'이 열리며, 5월 마지막 주에는 약 3주 동안 '아트 온 더 록스'(Art on the Rocks)라는 이름의 예술축제가 펼쳐지기도 한다. 멋진 부티크 숍과 유적 건물이 즐비해 넉넉히 시간을 갖고 햇살을 받으며 거닐기에 좋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버스킹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호주 컨벤션의 거점, 달링하버

이름마저 로맨틱하고 달콤한 달링하버는 최근 시드니에서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는 곳이다. 달링하버라는 이름은 시드니 지사였던 랄프 달링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여유 자적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표정도 이름만큼이나 평화롭고 달콤하다. 물이 흐르는 수변공원에는 햇살을 즐기는 시민들이 푸른 잔디 위에 누워 있고, 컨벤션센터 앞 야외공연장에서는 버스킹을 펼치는 사람과 이를 감상하는 젊은 관객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다.

지금 이곳은 세계적인 컨벤션 거점이자 핫한 공연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2016년 말 시드니 컨벤션센터(ICC)가 문을 열면서 또 한 번 명성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달링하버는 1984년 마지막 배가 떠나면서 항만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오래된 발전소와 조선소가 위치해 지저분하고 퇴락한 느낌이 드는 부두였다. 이후 1988년 호주 건국 200주년을 맞아 뉴사우스웨일즈 주정부가 대대적인 개발계획에 나서면서 쇼핑센터와 박물관, 아쿠아리움, 동물원 등이 들어섰고, 모노레일이 놓이면서 이곳은 시민들이 고요한 휴식을 즐기는 친수공간으로 세계인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후 지난 2014년부터 컨벤션 지구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지금은 세련된 디자인의 웅장한 건축물과 드넓은 공원이 바다, 수변공원 등과 어우러지면서 단순한 상업공간이 아닌 시민들의 휴식 거점으로 다시 한 번 이름을 떨치고 있다.

◆호주 먹방의 정점, 시드니 피시마켓

최근 음식을 주제로 한 여행 프로그램에서 4명의 연예인 '먹벤져스'가 시드니 피시마켓을 방문해 폭풍 먹방을 즐기는 모습이 방송됐다.

세계 3대 수산물시장으로 꼽히는 시드니 피시마켓은 200년 역사를 지닌 수산물 경매장으로 얼린 생선을 팔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맛있는 생선과 해산물로 가득한 피시마켓뿐 아니라 경매가 이뤄지는 마켓의 내부 모습까지 돌아볼 수 있는 투어도 가능하다. 다만 경매가 새벽 이른 시간에 이뤄지는 만큼 일찍 일어나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평일 오전 6시 40분부터 8시 30분까지 투어가 진행되는데, 참가비는 어른 35달러, 10~13세 어린이는 10달러다.

워낙 새벽바람을 맞으며 피시마켓으로 달려온 탓에 눈이 감겼지만 투어 가이드 알렉스 스톨즈나우는 노련한 사람이었다. 연신 유머러스한 표정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몽롱한 눈과 귀를 주목시켰다.

그는 "영국 이민자들이 건너와 만든 나라이다 보니 호주 사람들 역시 영국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해산물을 즐겨 먹지 않고 전통적으로 4종의 해산물만을 요리에 주로 사용해 왔다"며 "하지만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다양한 해산물 문화가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알렉스는 "나 역시 수많은 해산물에 익숙하지 않지만 여전히 공부 중"이라고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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