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꼰대력 테스트

14일 인터넷과 SNS에서는 '청바지를 입은 꼰대'라는 말이 단연 화제였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이날 발표한 '한국기업문화보고서'에서 주목받은 키워드다. 탈권위의 상징적 인물인 스티브 잡스를 따라한다고 청바지를 입었지만, 하는 행동과 생각은 여전히 권위주의적이고 고리타분한 상급자들을 비꼰 말이다.

'꼰대'는 늙은이, 기성세대, 선생을 뜻하는 은어(隱語)다. 1960년대 소설과 신문기사에도 '꼰대' 표현이 등장할 정도이니 수명이 적어도 반백을 훌쩍 넘겼지만 연원은 확실치 않다. 나이가 들면 주름살도 많아진다는 뜻에서 번데기의 방언인 '꼰데기'(꼰디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담배 파이프의 우리말인 '곰방대'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내 기억에 과거 꼰대는 아버지를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자기 사고방식을 남에게 강요하는 기성세대나 직장 상사를 통칭하는 말로 외연이 크게 넓어졌다. 요즘 회자되는 유머 '꼰대 육하원칙'을 보자. 가히 촌철살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꼰대 기질이 있다. 나이랑 상관없다. 청년들이 자기보다 어린 세대를 '급식이' '개초딩'이라고 낮잡아 부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오랜 시간과 경험을 통해 쌓인 가치관의 경우 바꾸기가 쉽지 않아, 이 기준에 어긋나는 것은 눈에 거슬리기 마련이다. 그 결과 꼰대 기질이 발동해 남 가르치려 들고 잔소리를 한다. 게다가 옳고 그름의 기준이 합리성이 아니라 서열 혹은 나이라면 '백 퍼센트' 꼰대 짓이다.

꼰대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절대로 꼰대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내가 꼰대일 수 있다'는 자각을 갖는 것이 꼰대 탈출의 시발점이다. 꼰대는 남이 평가하는 것이지 자기 생각은 중요치 않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꼰대력 테스트'라는 글이 있는데 참조할 만하다. 점수를 매겨보니 필자 역시 꼰대였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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