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천재의 발상지

지방 선거일이 한 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후보자를 알리는 로고송이 소리를 더해가고, 골목에서도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명함을 전해주며 눈인사를 한다.


이번에 뽑을 단체장, 시ㆍ구의원, 그리고 교육감 모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집행할 분들이다. 하지만 남북대화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가려 정책과 토론을 찾아볼 수 없다. 옥석을 가리지 못할 때 지방자치는 길을 잃고, 지역패권주의가 되살아날 것이다.


출마자와 유권자 모두에게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에릭 와이너 지음)라는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철학, 과학, 예술, 문학, 음악 등 각 분야에서 불멸의 업적을 남긴 천재들은 한곳에 무리를 지어 등장하는 경향이 있음을 서술한다. 또 외로움과 싸우며 창작에 정진하는 천재 이미지는 신화이며, 천재에게 필요한 것은 고독이 아니라 경쟁자들이 우글거리는 도시라고 결론짓는다. '한 아이를 길러내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면, 한 천재를 길러내는 데는 한 도시가 필요하다'로 정리할 수 있다.


한국리서치에서 '가장 살아보고 싶은 동네와 가장 살고 싶지 않은 동네'에 대해 최근 조사한 자료가 있다. 가장 살고 싶은 지역으로는 전체 응답자의 29%가 서울을 꼽았고, 대구경북은 4%로 가장 낮았다. 반대로 가장 살고 싶지 않은 지역을 꼽으라는 질문에서도 1위는 서울(25%)이었다. 대구경북은 18%로 2위였다. 숱한 인재를 길러내고,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것에 자부심을 가져왔는데, 지금은 꿈이 없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대구경북이 지금도 내세울 게 없는 건 아니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컬링의 메카' '활 축제' '대한민국 교육의 수도' '의료특별시 대구' '김광석의 거리' '치맥페스티벌'…. 대구와 경북엔 비교우위에 있는 자랑거리가 지금도 적지 않다.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특히 대구의 의료 인프라는 이미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대구에는 의과대학이 넷, 대형종합병원이 여섯 곳이다. 3천200여 개 의료기관, 2만7천여 명의 의료인력을 갖추고 있다. 지역병원에는 외국 의료진과 환자가 연수와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든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에게는 입소문이 전해지지 않아 의료소비의 역외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2% 부족해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분들은 백화점식으로 일을 벌일 것이 아니라 모자란 2%를 채워주어 활짝 만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의료관광 산업이 결실을 보고, 다음 세대 대구의 먹거리를 장만하는 효자가 되어 보은할 것이다.


선거는 우리의 삶을 바꿀 기회다. 이번 선거에서 이 사회가 우리 안의 천재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인지, 어떻게 그런 모습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한다. 그것은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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