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시내 라이딩의 출발점, 오사카성(大阪城)

우리에겐 썩 반가운 인물은 아니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는 1583년, 자신의 권위를 뽐내기 위하여 상징적인 오사카성을 건축했다. 오사카성 건설에는 약 10만 명의 인원이 동원되었고 100만개 이상의 벽돌 벽으로 축조되었다. 1615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공격으로 무너진 후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일본의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이다.
빨리 빠져나와도 될 것을 괜히 엉기적거리며 자전거로 슬슬 타면서 성 주변을 한 바퀴 돈다. 자전거는 오사카성을 시작으로 난바(難波), 도톤보리(道頓堀), 신사이바시(心斎橋) 등 시가지 중심으로 향한다. 사실 시가지를 라이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냥 걷기만 하여도 어깨를 부딪힐 정도의 복잡한 길을 자전거로 밀고 다니는 것은 눈총 받아 마땅하지만 괜한 객기를 부린다. 자전거로 일본 땅을 누빈다는 소영웅 심리랄까. 먹거리, 쇼핑의 천국인 오사카는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도시이다. 모르긴 하되 배회하는 상당수 사람들이 한국인들이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노을 속에서 도톤보리의 거리는 형형색색의 네온과 더불어 점점 북적댄다. 오사카에 온 증거를 남기기 위해 에비스바시(戎橋)에 위치한 '쿠리코 러너' 앞에서 사


진을 찍고, 츠타야 서점(TSUTAYA)에 맞닿은 스타벅스에서 우아를 떨면서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오사카 시가지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와카야마를 가기 위하여 난바역(難波駅)으로 향한다. 난바역은 간사이의 이곳저곳을 연결시켜주는 교통의 심장부 역할을 한다. 간사이공항(KIX)으로 향하는 익스프레스를 비롯하여 와카야마(和歌山) 등 남쪽으로 향하는 열차도 움직인다.
◆오사카를 향한 짝사랑에 눈물 젖은 와카야마현(和歌山県)
인공 섬 위에 간사이공항이 지어질 때 와카야마현 사람들은 공항 건립 모금 등 정성을 쏟았다. 외래객의 90%가 오사카(大阪), 교토(京都), 나라(奈良) 등 위쪽 지방으로 다 가버렸다. 남쪽 지역 와카야마로는 도무지 방문객이 뜸하니 접근성 좋은 간사이공항이 지어지면 사람들이 늘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신공항에서 오사카까지는 1시간 30분, 와카야마로는 50분이면 올수 있으니 당연한 희망이었다. 정작 공항이 완공되자 기대는 큰 실망으로 바뀌었다. 오사카 등 위쪽 지역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쏠려버려 와카야마는 짝사랑에 버림받은 도시가 되었다.

일본 대부분의 도시를 다녔지만 와카야마만큼 인간적인 도시도 드물다. 다들 순박하고 착하다. 값도 싸다. 골프 이용료도 싸고 먹거리도 풍부하고 저렴하다. 경상북도 크기의 1/3정도인 기이반도의 와카야마는 약 70%가 1,000m 이상의 산지들로 이루어져 있고 태평양 바다를 약 600㎞ 길이로 끼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보고이다. 또한 불교의 성지이기도 하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순례 참배 길도 있다. 대구와의 인연도 깊다. 와카야마 출신으로 임진왜란 때 귀화하여 달성군 녹동서원에 정착한 김충선의 후손들이 해마다 달성군을 찾아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간사이공항 1층에서 와카야마시로 가는 버스는 1,000엔만 내면 50분 만에 시가지 중심에 도착한다.
시내 중심에 들어선 와카야마성은 은은한 야경이 예쁘다. 와카야마현에서 가봐야 할 곳은 크게 4곳이다. 고야산(高野山), 류진온천(龍神温泉), 시라하마(白浜), 요시노구마노 국립공원((吉野熊野国立公園) 등이다. 요시노구마노 국립공원은 첩첩산중 순례길이라 다음번으로 기약하고 정신의 고향, 고야산으로 향한다. 이번이 세 번째이다. 험준한 고야산을 줄곧 자전거로 가는 건 무리라 지인의 차로 고야산 입구(高野口)까지 향한다.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toursk@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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