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큰금계국 '생태계 교란' 지적에도 퇴치 손 놓은 대구시

대구시 "환경부 지정 유해종 아냐" vs 환경부 "지자체 자체 관리해도 무방"

외래종 식물인 큰금계국이 지나치게 왕성한 번식능력으로 토종 식물 서식처를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대구시와 기초단체들은 큰금계국이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구 달성군 유천교 일대에 조성된 큰금계국 꽃밭. 홍준헌 기자
외래종 식물인 큰금계국이 지나치게 왕성한 번식능력으로 토종 식물 서식처를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대구시와 기초단체들은 큰금계국이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구 달성군 유천교 일대에 조성된 큰금계국 꽃밭. 홍준헌 기자

대구지역 일부 기초단체들이 토종식물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식물인 큰금계국을 심어둔 채 방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을 조경 목적으로 심고도 제거하기는 커녕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코스모스를 닮은 노란색 꽃인 큰금계국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한 번 심으면 해마다 꽃을 피우고 잘 말라죽지 않아 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도심 길가나 국도변에 대거 심고 있다.

대구 도심 곳곳에도 일부러 심었거나 자생하는 큰금계국 군락지가 있다. 동구의 경우 숙천동 무궁화거리 1.4km 구간에 큰금계국을 심었고, 둔산동 옻골마을 주변에도 산림 훼손 복구를 이유로 1만㎡ 터에 씨를 뿌렸다.

남구도 앞산 고산골 어린이 생태체험관 내부에 620포기를 심었고, 장등산 생태탐방로 경사면에 900여포기를 심었다. 서구는 이현공원 내에 1천㎡ 규모로 큰금계국이 자라는 상황이다. 금호강변과 불로동 고분군 주변, 유천교 주변에도 자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큰금계국이 토종 생태계에 위협적이라고 지적했다. 금계국 등 한해살이 외래식물과 달리, 큰금계국은 한 뿌리가 널리 뻗어나가면서 해를 거듭할 수록 더 많은 줄기와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큰금계국이 자생하는 불로동 고분군에는 희귀식물인 애기자운과 멸종위기종 솔붓꽃이 서식지를 빼앗겼다.

지역 한 대학 생물학과 교수는 "큰금계국은 세력 확장이 빠르고 왕성해 토종 식물이 살 자리를 빼앗는다. 제거와 격리가 시급한 외래종"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2006년 큰금계국을 생태계 위험종으로 지정, 해마다 퇴치하고 있다. 이를 심는 개인에게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내리고, 법인에게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전라, 강원 등 다른 지자체들도 식재를 자제하거나 기존에 심은 꽃을 제거하는 추세다.

대구 달성군 진천천 유천교 일대에 조성된 큰금계국 꽃밭. 홍준헌 기자
대구 달성군 진천천 유천교 일대에 조성된 큰금계국 꽃밭. 홍준헌 기자

하지만 대구시와 구·군들은 큰금계국 제거는커녕 현황 파악에도 미온적이다. 큰금계국이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종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정부 지정 목록에 올라있지 않은 식물의 퇴치를 섣불리 판단하거나 근거없이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 있는 생물을 관리하는 것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큰금계국의 위해성 여부를 정밀조사해 교란종 편입 여부를 정할 계획"이라며 "이와 별도로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환경부 지정종과 무관하게 위해종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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