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를 위해 영양 닭실에 자리를 텄습니다."
17일 영양 닭실에서 만난 이몽희(56) 씨는 농장 부속건물 공사에 한창이었다. 그는 9개 동 계사를 지은 뒤 1동을 순수 재래닭 연구 전용 연구소를 꾸몄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재래닭 연구의 일인자이기 때문이다.
원래 그는 영천에서 재래닭을 연구했지만 지난해 큰 시련을 겪고 영양으로 옮겼다.
지난해 한창 '살충제 계란'으로 양계업계에 큰 파동이 일어날 때 이씨 역시 영천에서 생산하는 자신의 계란에 대해 성분검사를 의뢰했다. 당연히 살충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뜻밖에 DDT 성분이 검출된 것. 수십년동안 복숭아 밭을 하던 땅을 매입해 그 위에 농장을 지었고 닭의 놀이터로 활용한 것이 문제였다. 복숭아 밭을 운영할 때 농약을 사용했고 그 농약성분이 땅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씨의 농장은 100% 방사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닭들이 흙을 파거나 먹으면서 DDT가 흡수된 것이다. 결국 이씨는 이 사실을 행정기관과 언론 등에 알렸고 농장을 그대로 폐쇄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아니면 재래닭의 연구가 끊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였기 때문에 다시 기운을 차려 영양에 농장을 꾸린 것이다.
이씨는 재래닭을 키우는데 남다른 철학이 있다. 바로 '동물복지'다. 그는 동물복지를 위해 다른 농장에 비해 더 큰 규모의 계사를 지었다. 방사형 계사와 함께 일명 '놀이터 또는 운동장'을 계사 면적의 한배 혹은 그 이상으로 만든 것이다. 닭들은 계사에서 노닐다가 가끔 운동장에 나가 일광욕을 하거나 땅을 파기도 한다.
그는 "최근 폭염으로 닭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도 안타까웠다"며 "밀식, 대량생산이 폐사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씨의 농장에서는 이번 더위로 죽은 닭은 단 한마리도 없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선풍기를 틀거나 냉방시설을 설치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일반 계사보다 더 열악한 수준이다.
그는 "그늘을 만들어 주고 그냥 스스로 폭염을 이겨내게 하면 된다"며 "더우면 닭들 스스로 그늘을 찾고 스스로 더위를 준비하기 때문에 죽거나 이상이 생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씨의 농장은 일반 계사와 비교해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수시로 닭장에 오물을 치우는 것도 아닌데 닭장 근처에 가도 냄새가 나질 않았다.
이씨는 "사람도 운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병이 나고 그 병은 변에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며 "닭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건강한 변을 보는 닭은 전혀 냄새가 나질 않고 자연스럽게 분해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의 농장이 완벽히 모양새를 갖춰진 뒤 새로운 양계사업의 모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씨의 닭은 산란율이 30~35%정도로 일반 산란계의 90% 수준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계란 가격이 일반 계란에 비해 10배 가까이 비싸다.
그는 "1동에 1천 마리의 닭을 키우면 월 200만원 정도 고정 순수익이 나온다"며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계란 수거만 할 수 있는 힘이 된다면 닭을 키우면서도 다른 직장 부럽지 않게 돈을 벌 수 있게 제가 경륜과 노하우를 지역에 전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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