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건축주와 건축사의 찰떡궁합

방재원 경북건축사회장

방재원 경북건축사회장
방재원 경북건축사회장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사람은 관계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많은 사람들 중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생각하지만, 건축주와 건축사의 관계는 정말 귀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늘 느끼고 있다.

건축주는 내가 살아가는 공간, 나에게 행복을 선사할 공간을 건축할 꿈을 갖고, 그 공간의 설계를 위해 건축사를 만나게 되면서 관계를 맺는다. 과연 건축주는 건축사를 만날 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만날까. 여러 건축주를 만나는 건축사 입장에서 때로는 궁금해질 때가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건축주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고자 애를 쓰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때로는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설계라는 결과물을 통하여 내가 원하는 건축물이 만들어진다면, 설계비용에 대하여는 인색하지 않아야 하는데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의 공사비를 들여서 건축을 하면서, 지극히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 설계비와 감리비에 대하여는 유독 인색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건축사 사무소에서 하는 상담이나 기본계획은 실제 많은 시간과 생각을 통해 결과물이 나오는데 건축주들은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입버릇처럼 사무실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설계, 감리비 적게 들일 생각하지 말고, 제발 건축사를 괴롭혀서 좋은 건축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정당한 대가를 주고 계획을 하고 설계를 할 때, 정말 건축주가 원하는 행복한 공간 그리고 안전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도록 건축사가 고민하고 또 고민할 수 있도록 괴롭혀달라는 뜻이다. 계획하고 설계할 때는 전혀 남의 일처럼 두었다가, 공사 중이나 건물을 완공한 후에 생활이 불편하든지 문제가 있으면 건축사를 원망하고 비난하는 경우도 적잖다.

건축주와 건축사는 만나는 시간부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건축주는 부지 구입을 왜 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건축을 하고자 했는지, 내가 필요한 공간은 무엇인지, 취미나 생활습관까지도 건축사에게 말해야 한다. 건축사는 건물주의 건물 안팎의 행복을 책임지려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공사감리를 하기 위하여 현장을 방문하게 되면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시공하는 현장 공사 관계자나 건축주가 감리자가 현장에 나오는 것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감리자가 현장에 나와서 공사 진행사항을 확인하고 검측하면 현장에서는 공사를 방해하고 힘들게 한다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건축주와 건축사는 설계자, 감리자로 만나서 서로 협력하여 행복한 공간을 만들어간다. 과감히 투자하고 건축사의 모든 역량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주는 건축주가 결국은 좋은 건축물을 소유할 수 있다.

지진, 폭풍, 폭우, 폭설 등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자연재해와 대형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현실에 이제는 설계비, 감리비 싼 곳 찾아서 전화하고 방문하는 건축주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건축주와 건축사는 더 아름다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가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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