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1년… 전환 방식, 기준 등 놓고 현장에서는 논란 거세

파견·용역 근로자 제외되거나 또다른 간접 고용 행태 많아…곳곳 갈등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1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회사 설립 등 꼼수 없이 공공부문에서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열악한 대구 노동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근우 기자

지난해 7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선언 이후 전국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 13만3천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전환이 결정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전환 기준과 방식, 전환 이후 처우개선 등을 두고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노동계는 기간제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지만 정규직과 똑같은 처우를 받게 된 경우가 드물고, 파견·용역 노동자들에 대한 전환 작업이 더디다고 지적한다.

◆ 대구에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1만5천여명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대구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모두 1만4천679명으로 집계됐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가장 많은 곳은 대학 등 교육기관과 대학병원으로 모두 7천510명을 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시와 구·군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3천166명, 지방공기업은 4천3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했다.

중앙부처나 공공기관의 지사 또는 지청이 대구에 있는 경우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2만명 이상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대구에 기반을 둔 공공기관에 속해 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고용형태별로는 각 기관이 직접 고용하고 있는 기간제 근로자가 6천88명이었고, 나머지는 단시간 고용 형태로 일하거나 외부 업체를 통해 파견·용역직 형태로 근무하고 있었다.

대구시는 지난해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을 마친데 이어, 올해부터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꾸려 파견·용역직 노동자에 대한 전환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 처우는 변하지 않은 '무늬만 비정규직'

노동계는 비정규직 근로자 대부분 정년만 보장될 뿐 처우는 변하지 않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361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이 고용한 비정규직은 22.1%(8천295명) 줄었지만 무기계약직은 48.3%(1만1천371명)나 증가했고, 파견·용역직 근로자도 12.1%(1만315명) 늘었다.

대구시도 산하 공사·공단과 8개 구·군 등에서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 2천840명 중 54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이들 모두 무기계약직이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비정규직 근로자 대부분 청소나 경비 업무를 맡는 간접 고용 노동자로 법령 상 공무원이나 일반직으로는 채용이 어려워 무기계약직 형태의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이라며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은 정년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정규직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제대로된 정규직 전환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제대로된 정규직 전환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규직이라면서"…여전한 간접 고용 행태 여전해

일부 공공기관이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행태도 비판의 대상이다. 정규직이 아니라 사실상 또 다른 간접 고용이라는 것이다.

대구의 경우 한국마사회 대구지회와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노사전문가협의회를 통해 경비, 청소 등 일부 직종을 자회사에서 고용키로 한 상태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해당 직종은 대부분 60세 이후 중·장년층이 종사하고 있는데, 직접 고용을 하게 되면 정년이 60세로 고정돼 당장 퇴직해야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자회사 고용으로 정년을 늦추는 등 근로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어 잠정적으로 노사 합의를 끝냈다"고 했다.

이밖에 경북대병원이 노사전문가협의회조차 구성되지 않는 등 정규직 전환 작업이 늦어지고 있고, 한국가스공사나 신용보증기금 등은 전환 대상이나 방식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대구시교육청은 공무원을 채용한다는 이유를 들어 전환 대상이었던 파견 노동자들을 해고해 갈등을 빚었다. 디지스트는 계약서 상 '수탁사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명시된 비정규직 연구원 140여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해 극심한 반발을 샀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철폐가 우리나라 사회의 양극화 해결의 숙제인 만큼, 공공부문이 모범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 수석부본부장은 "대구는 전국 최하위 수준의 임금과 높은 청년실업률 등 전국적으로 노동여건이 나쁜 축에 속한다"며 "이를 해소하려면 공공부문부터 상시·지속적 업무를 예외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차별없는 임금체계와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에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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