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설렘과 신비의 대륙 남미를 가다]<11>사랑과 열정이 가득한 탱고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는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여행자의 의무감으로 백주 대낮에 관광객들의 시선 속에서 미모의 여인에 이끌려 탱고의 거리에서 나도 열정에 몸을 맡겨 탱고 선율을 밟고 말았다.
탱고는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여행자의 의무감으로 백주 대낮에 관광객들의 시선 속에서 미모의 여인에 이끌려 탱고의 거리에서 나도 열정에 몸을 맡겨 탱고 선율을 밟고 말았다.

◆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넘치는 매력 속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는 인구 1,300만의 아르헨티나 수도로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말은 그대로 직역하면 좋은 공기라는 뜻이지만 지금은 정열과 낭만이 가득한 도시로 "남미의 파리"라는 애칭을 떠올리게 된다.

민박집에서 여행시 주의 당부를 듣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센트로를 시작으로 하루 종일 걷고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어느 곳이든 걸어 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 방법이기는 하지만 큰 도시에서는 비효율적일 수가 있다. 짧은 시간에 걷기를 고집하는 것은 시간낭비가 되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내게는 멋진 여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7월9일 대로 한 가운데 위치 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명소 중 하나인 오벨리스크는 1936년에 건축된 역사적 기념비로 높이가 무려 67.5m이다.
7월9일 대로 한 가운데 위치 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명소 중 하나인 오벨리스크는 1936년에 건축된 역사적 기념비로 높이가 무려 67.5m이다.

아침 일찍 너비가 140m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7월9일 대로를 따라 걸으며, 대로 한 가운데 위치 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명소 중 하나인 한 오벨리스크를 만났다. 1936년에 건축된 역사적 기념비로 높이가 무려 67.5m에 이른다. 인근의 세계 5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클론극장(Teatro Colón)은 고풍스러운 외관과 큰 규모를 자랑하고 여행자들의 투어도 진행하고 있어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호화롭게 장식된 말밥굼 모양의 홀을 돌아보고 유명한 오페라가수도 만났다. 국회의사당은 웅장한 녹색 돔을 자랑하는 그레코로만양식의 석조 건물로 1863년에 지어졌다. 원통 기둥 위에 세워진 웅장한 녹색의 돔은 높이가 무려 96m나 된다. 국회의사당 정면 광장에는 노예 폐지를 찬양하는 기념비와 분수, 테라스 등이 있다.

7월9일 대로에 접한 세계 5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클론극장(Teatro Colón)은 큰 규모와 고풍스러운 외관을 자랑한다.
7월9일 대로에 접한 세계 5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클론극장(Teatro Colón)은 큰 규모와 고풍스러운 외관을 자랑한다.

도심의 주요 여행지점에는 1913년에 건설되어 오래 되었지만 깨끗하고 편리한 지하철 수브테(Subte)가 6개노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운임도 버스요금보다 저렴하다. 시내에는 150개 노선의 시내버스 콜랙티보(Colectivo)가 다녀서 여행자가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시내에는 잘 정비된 넓은 도로에 150개 노선의 시내버스 콜랙티보(Colectivo)가 다녀서 여행자가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시내에는 잘 정비된 넓은 도로에 150개 노선의 시내버스 콜랙티보(Colectivo)가 다녀서 여행자가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대표하는 여행지라고 할 수 있는 5월 광장(May Square)광장을 중심으로 해서 그 주변에는 장밋빛 집이라고 불리는 대통령 궁(Casa Rosada)과 대성당 그리고 옛 스페인의 식민 통치를 위한 정부기관 건물들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예술적인 묘지 중 하나인 레골레타묘지(Cementerios &amp; Barrio Recoleta)는1822년에 개설되어 역대 대통령 13인을 포함한 70기 정도가 국가의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예술적인 묘지 중 하나인 레골레타묘지(Cementerios &amp; Barrio Recoleta)는1822년에 개설되어 역대 대통령 13인을 포함한 70기 정도가 국가의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예술적인 묘지 중 하나인 레골레타묘지(Cementerios & Barrio Recoleta)는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33세에 사망한 페론 전 대통령의 부인인 에비타(Evita)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대통령 부인이었던 사람의 무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모습이지만 찾는 사람이나 헌납되어 있는 꽃은 그 누구의 무덤보다 많아서 그녀의 헌신적인 삶을 생각하게 한다. 하구언을 따라 걸으며 과거 남미를 가로지르던 철도역의 시발점인 레티로역(Retiro)을 찾았다. 네오 고딕양식의 아름다운 역의 건물이 예전의 번영을 말해주고 주고 있으며, 지금은 일부 외부 보수중에 있어 아쉬움을 더했다.

우리의 동성로 같은 프로리다거리는 전통과 현대가 어울리는 차 없는 거리를 걷다 보면 바로 귀한 달러를 사려고 골목마다 진을 치고 있던 환전상들의 "깜비오!(Cambio)"(교환합니다)외침과 간판이 이어진다. 지속 불가능한 경제 탓에 20세기 중반이후 내리막길로 치달은 아르헨티나의 경제 사정을 보는듯하여 씁쓸하지만 그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라 보카지역의 상징인 카미니토(Caminito)거리는 형형색색의 페인트로 채색된 건축물마다 다양한 색과 문양으로 2층 난간에서 손을 흔드는 조각품이나 화려한 담벼락마저도 모두가 예술품 같다.
라 보카지역의 상징인 카미니토(Caminito)거리는 형형색색의 페인트로 채색된 건축물마다 다양한 색과 문양으로 2층 난간에서 손을 흔드는 조각품이나 화려한 담벼락마저도 모두가 예술품 같다.

◆ 강렬한 원색의 집들이 정열적인 탱고의 고향 카미니토거리

다음날 버스를 타고 탱고의 발생지라고 하는 남쪽의 라 보카(La Boca) 지구로 간다. "입"이란 뜻을 가진 라 보카 지구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컬러풀한 지역이다. 항구를 따라 만날 수 있는 이곳은 건축물마다 다양한 색과 문양으로 페인트칠을 해 정열의 남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 지역의 상징은 카미니토(Caminito) 골목으로 형형색색의 페인트로 채색된 낡은 건물들은 세상의 모든 색이 몰려와 현란하게 반짝거리며 예술적 깊이가 돋보인다. 오래된 도시에는 없는 게 없는 듯 가장 화려한 것과 가장 평범한 것들이 한군데 몰려 탱고 춤사위처럼 빈틈이 없다. 카미니토 거리 2층에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3개의 밀랍 인형이 보인다. 왼쪽에는 탱고가수 "가르덴" 가운데는 대통령 부인 "에비타" 마지막 오른쪽은 보카주니어스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선수 "마라도나"이다.

열정적인 춤으로 기억되는 탱고가 탄생한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공연은 낭만과 열정의 극치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여행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요소다.
열정적인 춤으로 기억되는 탱고가 탄생한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공연은 낭만과 열정의 극치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여행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요소다.

탱고의 발상지답게 입구의 거리에는 멋진 차림의 탱고 복장을 한 사람들이 보이고 많은 여행객들이 아르헨티나 탱고의 원류를 찾아서 이곳을 찾고 있다. 원색의 건물들과 흥겨운 음악, 거리 곳곳에 탱고를 추는 남녀까지 라 보카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대표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레스토랑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정열의 탱고를 선보이고 여기저기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앉아 맥주를 마신다

이집 저집 여기저기에 붉은 드레스에 하얀 마후라로 목을 감은 강렬한 인상을 주는 여인과 핸섬하게 맵시를 낸 중년남자가 음악에 맞추어 아주 격정적이고 활기차게 여행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매끄러운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고 있다. 곧 한잔의 와인에 젖은 나에게도 호기심과 열정이 밀려 왔다. 누군가에 이끌려 서투른 스텝을 밟아가고 있었다. 춤을 못 추는 내가 이곳에서 탱고는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여행자의 의무감으로 백주 대낮에 관광객들의 시선 속에서 미모의 여인에 이끌려 혼신의 힘을 다해 탱고 선율을 밟고 말았다.

유명 탱고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매하는 것이 좋다. 특히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투게더'의 배경이 되었던 "바 수르(Bar Sur)"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할 수 있는 공연으로 예매가 치열하다. 많은 여행자들이 열광하는 탱고부터 소고기 그리고 와인, 이 세 가지만으로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여행할 이유는 충분하리라.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보카주니어 전용축구경기장의 잔디관리 시스템은 조명과 살수 그리고 지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보카주니어 전용축구경기장의 잔디관리 시스템은 조명과 살수 그리고 지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마라도나가 뛰었던 전설의 보카주니어스 홈구장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라 보카지구는 세계인을 사로잡는 탱고의 본고장이자 마라도나가 뛰었던 전설의 홈구장 보카주니어스경기장(Boca Juniors La Bombonera)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나도 대구FC 창단시부터 원년 후원 맴버가 되어 축구성적보다 더 뜨거운 대구FC 엔젤클럽에 참여하게 되어 어느 도시를 가도 명문구장을 찾아보게 되었다.

카미니토거리에서 걸어서 가깝지만 도저히 전설의 명문구장을 지척에 둔 거리라고는 믿지 못할 정도의 슬럼화 된 거리는 내가 길을 잘못 든 것 같은 생각에 몇 번이나 지도를 확인하고 걸었다. 골목사이에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거대한 노란 스타디움이 바로 그 유명한 아르헨티나 프로축구리그 사상 전무후무한 23번의 우승을 이룬 명문 축구팀 보카 주니어스의 홈구장이다. 정문 앞 건너편에는 보카주니어 팀의 유명선수들의 밀랍인형을 만들어 놓아서 관람객들과 여행자들의 포토죤이 된 것 같았다.

이경기장은 마라도나가 축구를 한곳으로도 유명하여 마라도나를 비롯한 몇 개의 전시관이 있는데 입장료가 우리돈 3만원 정도가 된 것 같았다. 들어가는 입구벽에는 선수들의 얼굴이 동판으로 자리하고, 바닥에는 축구스타선수들의 발 도장을 찍어둔 곳에서 기념사진을 많이 찍고 있다.

카미니토 거리 2층에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3개의 밀랍 인형은 왼쪽에는 탱고가수
카미니토 거리 2층에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3개의 밀랍 인형은 왼쪽에는 탱고가수 "가르덴" 가운데는 대통령 부인 "에비타" 오른쪽은 세계적인 축구선수 "마라도나"이다.

축구신동 메시도 6개월간 몸담았다는 보카주니어 전용축구경기장은 약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내부 또한 노랑과 파랑의 보카주니어 색깔이 화려하게 경기장 내부까지 물들이고 있었다. 마라도나가 자신의 마음의 고향이라 일컬었던 축구팀 보카 주니어스의 연고지이기도 한 이곳은 축구가 없는 날에도 찾는 여행자들이 많은 것 같았다. 경기장은 축구전용 구장인데도 생각보다 넓었고 경기가 없는데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은데 놀랐다. 빈 경기장을 보는데도 입장료를 내어야 했지만 이 감동만으로도 만족했다. 오래되고 다소 낡은 경기장이지만 그만큼이나 진한 축구 맛과 전설의 경기장을 볼 수 있었다.

좋은 공기라는 뜻을 가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그다지 공기가 좋지 않았지만, 열정적인 삶의 냄새가 진하게 밴 그 날의 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좋은 공기란 어쩌면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꿈들을 가슴에 들이키는 것, 그것이 내게 희망이 되면 가장 이상적인 공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경이로운 대자연의 향연이 펼쳐질 이구아스 폭포로 향한다.

안용모 자유여행가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