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름값 상승 분위기에 다시 고개드는 '가짜 경유'…7년 전보다 두배 늘어

기름값 오를수록 차익 커지고 세금 탈루 효과 있어…산자부 “새 식별제 도입”

기름값이 21개월째 상승세를 타면서 가격이 싼 등유를 섞어 파는 '가짜 경유'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불법 혼유를 막고자 올해 말부터 특수 제작된 식별제를 투입하고, 전국적으로 단속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가짜 경유를 만들어 팔거나 구입해 사용한 혐의로 주유소 업주 A(57) 씨와 화물차 운전자 B(47) 씨 등 10명을 27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6명은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등유를 섞은 '가짜 경유' 5천500여ℓ를 제조해 농민이나 건설기계 운전기사에게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등유가 경유보다 ℓ당 400~500원 가량 싸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 기간동안 적발된 건수만 따져 5천500여ℓ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은 양을 만들어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21일 포항북부경찰서도 수십억원대의 가짜 경유를 만들어 판 혐의로 C(37)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5명을 입건했다. 이들 역시 등유를 섞은 가짜 경유 550만ℓ(시가 62억원 상당)를 제조해 2년 여간 대구경북의 주유소 4곳에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짜 경유는 기름값이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짜 석유나 저품질의 기름을 판매하다 적발된 건수는 2012년 2만1천507건에서 지난해 3만2천834건으로 52.6%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구경북에서 적발된 건수도 2천220건에서 4천965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기름값이 오를 수록 가짜 기름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ℓ당 전국 평균 1천259원이었던 경유 가격은 이달 들어 1천400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경유를 정가대로 판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ℓ당 50~100원에 불과하지만, 등유를 섞어 경유값을 받으면 400~500원의 마진을 남길 수 있다"면서 "가격 인상이 더딘 등유의 특성 상 기름값이 오르면 차익이 더 커지게 된다. 경유 판매량을 실제보다 적게 신고해 세금을 탈루하기도 한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11월부터 수입되는 경유에 쉽게 제거할 수 없는 새 식별제를 포함키로 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현재 사용 중인 식별제는 활성탄이나 백토 등으로 쉽게 제거되지만, 새 식별제는 제거가 어려워 혼유 감지가 쉬워진다"면서 "적발된 가짜 석유 중 등유를 섞은 경유가 96%를 차지하는 만큼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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