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갈색 머리의 키 큰 남자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와 금발 머리의 아름다운 여자 영국인 메리 테일러는 인왕산 성벽을 따라 산책을 하던 중 커다란 은행나무를 만난다. 은행나무 밑에 집을 짓고 싶다는 메리의 말에 앨버트는 붉은 벽돌로 집을 짓고 건물 기초에 새겨진 'DILKUSHA 1923'이라는 명문을 새겨 넣는다.
100년의 시간이 흘러 행촌동'귀신이 나오는 집'이 된 딜쿠샤를 앨버트의 아들 브루스가 2006년 여든일곱 살의 노인이 되어 찾아온다. 그로 인해 은행나무마을 붉은 벽돌의 집 '딜쿠샤'에 숨겨져 있었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두 저자 김세미, 이미진은 2005년 딜쿠샤를 만나 매료된다. 원래 건축과 역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작가와 프로듀서였던 그들은 딜쿠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로 한다. 2013년 다큐멘터리「희망의 궁전, 딜쿠샤」를 제작한 뒤 2017년 『딜쿠샤의 추억』을 펴내었다.
아흔다섯 살의 집 딜쿠샤가 들려주는 이야기 『딜쿠샤의 추억』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1917년부터 1942년 내 이름은 딜쿠샤', '1945년~2005년 창문 너머로 바라본 서울' , '2006년~2016년 언제나 그 자리에'등 3개의 장으로 나뉜다.
이 책에서 아흔다섯 살 할머니 집 '딜쿠샤'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빼앗긴 주권을 찾으려는 조선인을 외면하지 않았던 앨버트가 어떻게 한국 민족대표 33명이 작성한 독립선언서를 입수하고, 1919년 3·1 운동을 세계에 알렸는지 독자들에게 찬찬히 들려주고 있다.
"브루스는 1919년 2월 28일, 3.1 운동 하루 전날 태어났단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브루스를 낳은 메리는 앨버트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병원이 소란스러워지더니 간호사들이 병실로 뛰어 들어오는 거야. 간호사들은 메리의 침대에 종이 뭉치를 숨기고는 재빨리 사라졌지. 간호사들이 사라지자마자 병원에 일본 경찰들이 들이닥쳤어. 일본 경찰들은 병원을 샅샅이 뒤지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지. 하지만 메리의 침대에 숨겨진 종이 뭉치는 찾지 못하고 돌아갔단다.
그날 밤, 앨버트가 아들을 보기 위해 병실로 찾아왔어. 앨버트가 침대에 있던 브루스를 안아 올리자 '툭!'하고 종이 뭉치가 앨버트의 발밑에 떨어졌지. 앨버트는 그중 한 장을 집어 들어 불빛이 있는 창가로 갔어.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종이를 들여다보던 앨버트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어.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은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그 종이 뭉치는 바로 3.1 독립 선언서였단다. 갓 태어난 아기 브루스는 한국의 독립 선언서 위에서 우렁차게 첫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던 거야."
일제 탄압 아래 조선에서 항일운동을 돕다가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 1942년 강제 추방되기까지 앨버트 테일러가 살았던 딜쿠샤의 2층 창가에 서서 서울을 바라보며 브루스는 말한다.
"어머니는 이 집이 우리 가족의 희망의 궁전이 되길 바랐던 것처럼 오래도록 한국인들의 희망의 안식처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씀하셨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 이 책을 기쁜 마음으로 소개한다. 기회가 된다면 서울 종로구 행촌동 1번지 아주 특별한 집을 찾아가시라 권하고 싶다. 그곳에 있을 새 희망을 반드시 찾아보시길 바라며!
서미지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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