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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교육, 부모됨의 길을 묻다] 덕업(業)일치는 학교도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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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숙 다사고 사서교사
강봉숙 다사고 사서교사

'그거 한다고 밥이 나오냐'는 잔소리만큼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지금은 바야흐로 '덕질'이 곧 '업(業)'으로 이어지는 '덕업일치'시대이기 때문입니다. 합성어 덕질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면 덕업(業)일치라는 시쳇말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특정 분야에 매우 심취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일본어 어휘로 '오타쿠'가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한국식 한자 독음 같은 느낌의 '오덕후'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오덕' 또는 '덕후'로, 또 '덕' 한 글자만으로도 그 의미가 통하게 됐습니다. 그 '덕'에 '무언가를 하다'를 낮추어 말하는 접미사 '질'을 붙여 만들어진 단어가 바로 덕질입니다. 덕질의 대상은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럼에도 덕질의 오랜 사소함은 덕업일치의 경이로움을 낳고는 합니다.

저렇듯 신조어가 넘쳐나는 요즘입니다. 급식을 먹는 10대의 언어를 의미하는 '급식체'를 접하면 단절감에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방관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법 멋진 덕질로 이어가 '급식체 사전'을 출판한 고등학교 1학년 저자들이 있습니다. 저자들은 학교도서관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해 '급식체 사전 만들기'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자주 쓰는 급식체를 모아 정의 내리고, 급식체를 소재로 부모님과 이야기한 뒤 그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스스로의 언어에 대해 깊이 탐구하며, 이에 대해 부모님과 진지하게 소통해보고, 그 결과를 오롯이 글과 그림으로 풀어 출판한 것입니다. 학업만으로 지칠 듯한 고등학생들이 멋지게 덕질을 이어간 덕분에 그들은 그들만의 책을 집필하고 세상에 공유해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덕업일치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덕질만 하는 듯한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조급해질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학생의 덕질이 덕업일치에 이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줘야 합니다.

도서관에는 다양한 정보가 꿀처럼 넘칩니다. 덕질에 필요한 정보를 탐색, 분석, 가공해 마침내 새로운 형태의 지식으로 만드는 과정을 배우는 정보활용 교육은 덕질에 깊이를 더합니다. 이를 통해 유무형의 반짝반짝한 것들이 매일 창조되는 도서관은 그 자체로 이미 메이커 스페이스이자 상상제작소입니다.

그런가 하면 함께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이 가진 다양한 무늬를 알아가고 그 다채로움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할 방법을 찾아가는 인문학 교육은 덕질에 덕(德)을 더해 덕질을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주어진 상황에 이끌려 가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고 싶은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덕질할 멍석을 까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도서관에서 정보활용과 인문학이라는 덕질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도서관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의 세상으로 데려다 줄 마법 양탄자 위에 있음을 발견할 것이라 단언합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날, 학교도서관에 함께 오는 부모님과 자녀를 맞이하기 위해 열심히 멍석을 깔고 닦고 있겠습니다.

강봉숙 다사고 사서교사(문헌정보학 박사·한국도서관정보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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