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유엔사 日참여 추진…中견제·역할분담 다목적 포석 주목

전작권 전환·종전선언 대응 '다국적 독립기구화' 관측…동북아판 NATO
아베 정부 '전쟁가능국' 구상 한발 앞으로…국내·주변국 반발 불가피
국방부, 대일감정 고려 신속히 입장표명…"日, 유엔사 전력제공국 활동안돼"

1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받을 국가에 일본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를 대표하는 미국이 7개의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과 실제 합의한다면, 일본 자위대는 유사시 한반도에 유엔기를 들고 투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1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받을 국가에 일본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를 대표하는 미국이 7개의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과 실제 합의한다면, 일본 자위대는 유사시 한반도에 유엔기를 들고 투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미국 주도의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제공할 국가에 일본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그 배경과 의도가 주목된다.

과거사 문제와 최근 초계기 및 레이더 위협 갈등,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의 경제보복조치 등으로 난마처럼 얽힌 한일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국내적으로 뜨거운 논란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한미군사령부와 분리된 독립기구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유엔사에 일본 등 다수 국가를 참여시킴으로써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어 책임 분담과 동북아에 미국 동맹 위주의 '다국적 군사기구'를 띄워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구도가 실현될 경우 러시아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다국적 군사협력체가 동아시아에 구축되는 의미도 있어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일본이 유엔사 회원국에 참여해 한반도 유사시 유엔기를 들고 출병하는 길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면 동북아는 주변국의 첨예한 대립과 국제적 분쟁의 최일선에 놓이는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실제 이런 구상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방부가 11일 이례적으로 신속히 입장을 밝히고 일본의 유엔사 참여에 선을 그은 것도 국민들의 대일(對日) 감정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일본의 유엔사 참여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향후 미국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에 '유엔 전력'을 제공할 국가로 일본과 독일 등의 참여를 희망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유엔사 역할 확대 과정에서 비롯됐다.

주한미군사령부는 11일 발간된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란 제목의 발간물을 통해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을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정보공유, 상호운용성, 통합훈련 및 전략 기회를 강화하기 위해 유엔 전력제공국 및 같은 의견을 지닌 국제 파트너들과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같은 의견인 국제 파트너'는 일본과 독일 등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유엔사에는 한국, 미국,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프랑스, 그리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영국, 덴마크,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18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다.

모두 6·25전쟁 때 유엔의 참전 요청에 병력과 물자를 지원했다. 다만, 덴마크와 이탈리아, 노르웨이는 의료지원국이다.

독일도 6·25전쟁 직후 의료지원단을 파견했고, 정부는 독일을 6·25전쟁 의료지원국에 공식 포함했다. 일본은 6·25전쟁 당시 미국의 요청으로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함과 인천상륙작전 때 인력을 지원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었던 일본은 한국전쟁 과정에서 유엔사 7개 후방기지가 설치되고 참전국의 병력과 물자가 집결하면서 이른바 '6·25전쟁 특수'로 전후 복구를 가속하고 경제발전의 기틀을 닦았기에 '전쟁 수혜국'으로 꼽힌다.

유엔사는 앞으로 역할과 관련한 일련의 정책이 "다국적군 통합체제 기반 구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러 나라가 모인 다국적 통합군체제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유엔사는 '전략 다이제스트'에서 "유엔군사령부는 군사작전이 필요한 경우 국제적 일원들을 결집하고, 사령부로의 다국적군 통합을 위한 기반 체제를 제공하여 다자간 참여를 조율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기구의 성격을 정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6·25전쟁 종전선언 이후 새로운 평화체제와 전시작전통제권 한국군 전환 이후 다국적이고 독립된 군사기구화를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정전협정을 대체한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도 유엔사는 계속 남게 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도 이런 분석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다국적 군사 기구화를 모색하는 유엔사에 일본을 참여시키려는 것은 미국의 전략과 일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집권 자민당 총재 연임 관련 규정을 바꿔가면서까지 자신의 임기 중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만들기 위한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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