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말미암은 한·일 무역 갈등이 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진 와중에 두 나라의 무역 갈등으로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일본에서 1천만엔 이상 부채를 안고 도산한 기업은 802곳으로 작년 동기보다 14.2% 늘었다. 2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은 기업이 넘어졌다. 미·중 무역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확산하면서 엔화가 급등한 것이 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고 한국과의 무역 갈등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수출규제를 '오판'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 급감 및 일본 제품 불매 등에 따른 후유증도 일파만파다.
한국은 상황이 더 심각해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연초 대비 각각 5%, 13% 가까이 떨어지며 세계 주요 증시 중 최악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도 올 들어 8% 이상 떨어졌다. 기존 악재에다 일본과의 무역 갈등까지 겹쳐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대로 추락했다.
한·일 간 물고 물리는 '치킨게임'으로 양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애초 예견된 일이었다. 경제 보복전이 확산하면 양국 기업이 멍들고, 결국엔 양국 국민이 피해를 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중국 신화통신이 '양패구상'(兩敗俱傷)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마침 한·일 무역 갈등이 양국의 확전 자제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경제 보복 후 처음으로 일부 수출규제 품목의 한국 수출을 허가했다. 한국 정부도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강(强) 대 강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은 의미를 둘 만하다. 한·일 정부는 닫힌 대화의 문을 열어 강제징용 배상 판결, 위안부 문제, 수출규제 조치 등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두 나라의 무역 갈등이 전면적인 경제 전쟁으로 비화해 양패구상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가는 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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