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환자 치료하는 3D 프린팅 기술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각막, 간, 피부, 혈관 등을 생성해 인간에게 이식할 수있는 시대가 열렸다.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각막, 간, 피부, 혈관 등을 생성해 인간에게 이식할 수있는 시대가 열렸다.

과학기술도 유행을 타며 변한다. 지금까지 똑같은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어 마트에 쌓아놓고 파는 시대를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맞춤형으로 소량만 만들어 파는 시대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일반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의료용품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환자의 귀나 머리뼈를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서 창고에 쌓아놓았다가 환자가 올 때마다 하나씩 꺼내서 사용하기는 어렵다. 사람마다 키가 다르듯이 환자마다 필요한 귀나 머리뼈의 모양과 크기가 모두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딱 그 환자에게 맞는 모양대로 만들어서 치료해야 제대로 치료가 된다.

이처럼 요즘 의료기술은 개인 맞춤형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정확한 모양대로 삼차원 형상을 척척 만들어내는 3D 프린터 기술이 환자 한사람 한사람에게 딱 맞는 물건을 만들어줄 수 있는 기술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3D 프린터로 만든 물건으로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는지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

환자를 치료하는 3D 프린팅 기술의 발달로 미래의학의 무궁한 혁신을 이루게 되었다.
환자를 치료하는 3D 프린팅 기술의 발달로 미래의학의 무궁한 혁신을 이루게 되었다.

◆환자를 치료하는 3D 프린팅 기술

미국에서 18개월 난 개럿이라는 아이 목의 기관지에 3D 프린터로 만든 부목을 넣는 수술이 성공했다. 개럿은 숨 쉬는 통로인 기관지가 눌려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태어나면서부터 병원에서 호흡장치를 연결해서 지내왔다.

그런데 미국 미시간 대학교 CS 모트 소아병원 의사들이 3D 프린터로 개럿의 기관지에 딱 맞는 모양의 부목을 프린터해서 개럿의 기관지에 넣었다. 개럿의 기관지를 컴퓨터단층(CT) 촬영한 후에 캐드(CAD) 프로그램으로 3차원 형상의 기관지 모양을 그렸다. 그리고나서 이것을 3D 프린터로 프린트해서 부목을 만들었다.

이렇게 개럿의 목에 넣어진 부목은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생분해되어 없어지고 상처도 말끔하게 아물어 개럿의 기관지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 숨 쉬는 동안 쉴 새 없이 피가 온몸 구석구석에 흘러서 신선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그런데 살다보면 어쩌다 가끔 혈관이 막히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좁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아주 심하게 막히거나 너무 좁아져서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 몸속의 혈관뿐만 아니라 담도나 식도도 비정상적으로 너무 좁아지면 원래대로 통로를 넓혀주는 시술을 병원에서 한다. 이때 통로를 넓혀주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의료용 스텐트다. 이 스텐트는 볼펜 안에 들어있는 작은 스프링처럼 원통형으로 생겼는데 지금까지는 사람이 일일이 하나씩 수작업으로 만들어서 사용했다.

특히 우리 몸속 혈관에 넣는 것이어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만들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그런데 광주과학기술원의 이용구 교수 연구팀이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원통형의 의료용 스텐트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서 사이언티픽 리포트 학술지에 2018년에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납작한 형태의 스텐트를 프린트해서 만든 다음에 에탄올에 담궈서 원통형으로 형태가 바뀌도록 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형상기억고분자 재료를 이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미래의학.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미래의학.

◆피부와 연골도 프린트한다!

3D 프린터로 모낭과 땀샘을 가진 이식 피부를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팀이 만들었다. 생체물질에 환자의 세포를 섞은 용액을 작은 관을 통해 사출해서 배출하는 방식의 3D 프린터를 사용했는데 이들이 사용한 생체물질 속에는 환자의 살아있는 세포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물질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요즘은 살아있는 세포가 들어있는 생체물질을 프린터해서 인공장기나 조직도 프린트하는 기술을 세계 여러 연구실에서 속속 개발하고 있다.

노화나 사고로 무릎이 손상되는 환자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렇게 손상된 무릎의 연골을 3D 프린터로 만들어서 갈아 넣을 수 있는 기술이 최근에 미국에서 개발되었다. 미국 콜럼비아대학교 의료센터는 무릎 반월상연골을 3D 프린터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반월상연골을 양(羊)의 무릎에 넣는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수술 후 석 달이 지나고서 양(羊)이 잘 걸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인체에 무해한 소재를 이용해서 3D 프린터로 의료용 제품을 만들어 먼저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해서 검증한다. 양(羊)의 무릎이 사람의 무릎과 가장 비슷해서 반월상연골 실험은 양을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었다. 이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멀지 않아 무릎 아픈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기술로 쓰여질 것이다.

◆밀어주고 끌어주며 키워가는 3D 프린팅 기술

3D 프린팅 기술은 1984년에 시작된 이래로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3D 프린팅 시장 규모는 2016년에 2971억원에서 2017년에 3469억원으로 16.8%나 증가했다. 또한 기업체 수도 2016년에 253개에서 2017년에 302개로 19.4%나 증가했다. 특히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의료용 3D 프린팅 기술의 발전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를 돕기 위해 정부에서도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에서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환자에게 딱 맞는 맞춤형 의료기기기를 제작하는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환자의 체형과 환부에 맞춘 의료기기 제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해서 사용하는 3D 프린팅 환자 맞춤형 의료기기 제작 지원 사업을 정부에서 추진한다는 것이다.

즉 맞춤형 보조기, 인체 삽입형 치료물, 수술용 도구와 가이드 등 3D 프린팅 적용 가능성이 높은 기술 개발을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서 의족이나 머리교정기 등을 환자의 체형에 맞춰서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된다. 또한 우리나라 정부는 2016년에 3D 프린팅산업 진흥 기본계획도 만들어서 지원하고 있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3D 프린터로 만든 맞춤형 의료기기의 시험을 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어야하는 내용을 담은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2015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했다. 그리고 미국식품의약국(FDA)도 3D 프린팅 의료기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2016년에 발표했다. 이처럼 의료용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이나 기업체뿐만 아니라 허가심사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에서도 발 빠르게 지원하고 있다.

향후 의료용 3D 프린팅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노인들이 건강을 되찾고 일상생활을 안정적으로 해나가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한 일반인들도 레저나 미용을 위해서도 다양한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제품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복잡한 구조도 내게 딱 맞춰서 만들어주는 3D 프린팅 기술은 앞으로 우리 각자에게 딱 맞는 맞춤형 즐거움도 선물해줄 것 같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