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농업이 경쟁력이다]35. 도시철도와 연계한 노인 텃밭

2019년 6월말 현재 대구시 인구는 245만 478명, 이 중 65세 이상 인구는 37만 1천386명으로 전체에서 15.2%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전체 65세 이상 인구는 783만 6천12명으로 총인구의 15.1%를 차지하고 있다.)

은퇴 후 제2의 삶을 개척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특별한 일 없이 노후를 무료하게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현상은 농촌지역보다 도시지역에서 두드러진다. 대구달성공원, 두류공원, 앞산공원 등에는 무료한 하루를 달래는 은퇴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도시철도 1,2호선 역사나 도시철도 반월당역 만남의 광장 등에도 무료한 하루를 달래려는 은퇴자들이 북적댄다.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종일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방에서 하루를 보내는 노인들도 많다.

◇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간다

은퇴한 사람들과 노인들에게 텃밭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북구행복누리농장(대구시 북구 도남동)'은 4개 노인복지관(강북, 대불, 북구, 함지)이 공동운영하는 도시텃밭이다. 농장 분양 비용 중 일부(5만원 중 3만원)는 각 노인복지관이 지원했고, 농기구와 휴게공간, 초기 씨앗 등은 대구시가 지원했다. 화장실과 급수시설을 뺀 순수 밭 면적은 761㎡(약230평)이며, 40여명의 노인들이 채소를 가꾸고 있다.

대구시 북구 행복누리농장 어르신 농부들이 수확한 채소를 다듬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북구행복누리농장 제공
대구시 북구 행복누리농장 어르신 농부들이 수확한 채소를 다듬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북구행복누리농장 제공

노년기는 '상실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이 줄어들고, 신체 능력이 떨어지며, 인간관계도 단순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구행복누리농장'에서 텃밭을 가꾸는 이태규(70·대불복지관)씨는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내가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며 "복지관에서 실내 활동만 하다가 4개 노인복지관이 함께 가꾸는 텃밭에 나오게 되니 모르던 사람을 알게 되고, 모르던 정보도 나누게 되어 기쁘다"고 말한다. 텃밭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새로운 인간관계도 형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권정희(72·북구노인복지관)씨는 "하루 종일 아파트에 있을 때는 답답하고 무료했는데, 농장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기분이 정말로 좋다. 밭일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게 된다"고 말한다.

◇ 참여도 가장 높은 복지 프로그램

김영모 대불노인복지관 관장은 "텃밭을 가꾸면 분명한 결과물이 생긴다. 은퇴와 함께 생산 활동에서 멀어졌던 노인들이 텃밭을 가꾸면서 생산적인 활동을 수행한다는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텃밭가꾸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텃밭 가꾸기가 훌륭한 '추억여행'이 된다고 말한다. 노인들 중에는 과거에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이 많고, 텃밭 가꾸기를 통해서 어린 시절 혹은 젊은 시절의 한때로 돌아가 고향의 향수, 젊은 날의 추억 등을 회상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김 관장은 "텃밭에서 가꾼 채소를 한 가정에서 다 드시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수확한 작물을 지역사회에 나누게 되고, 이런 과정이 노인들에게 사회적 존재감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고, 채소를 나눔으로써 이웃 노인들의 건강한 식단 차리기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말한다.

대구시 북구 행복누리농장에서 어르신 도시농부들이 파 모종을 심고 있다.
대구시 북구 행복누리농장에서 어르신 도시농부들이 파 모종을 심고 있다.

김영모 관장은 "텃밭 가꾸기 자발적 참여도가 복지관의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높다. 주 1회 복지관에서 함께 텃밭으로 가는데,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날씨가 무덥거나 간에 빠지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김 관장은 "서늘한 바람이 불면서 우리 복지관 어르신들의 최대 관심사는 '내년에도 텃밭 운영하느냐?'는 것" 이라며 "만족도가 매우 높은 프로그램이다. 노인을 위한 텃밭이 대구시내 곳곳에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 도시철도역 인근에 텃밭조성 추진

도시텃밭이 은퇴 노인들에게 훌륭한 일거리이자 여가생활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도시에서 텃밭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대구도시철도 3개 노선 6개 종착역 인근에 노인을 위한 도시텃밭을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 조숙현 도시농업팀장은 "도시철도 3개 노선 시종착역(6개역) 인근에 도시텃밭조성 사업을 대구시 제1, 2차 도시농업활성화 방안에 포함하고 있으며, 토지 여건이 허락한다면 도시철도 시종착역 인근에 대규모 도시농장을 조성, 도시 노인들에게 적정 비율로 분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철도 종착역은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 대규모 공공텃밭 조성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이다.

조 팀장은 "'5천원의 행복' 프로그램 운영을 추진하겠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도시노인들이 하루 5천 원 정도의 용돈으로 텃밭을 가꾸고, 점심을 해결하면서 건강한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65세 이상 시민은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도시철도 시종착역 인근에 대규모 텃밭을 조성한다면, 하루 5천원으로 텃밭 가꾸기와 점심 식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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