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90세. 1960년대 모노크롬(단색) 회화를 자신의 트렌드로 삼아 거장이 된 이탈리아 화가 투리 시메티(Turi Simeti). 그는 2017년 서울에서 한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이후 한국이 좋아서 작가 스스로 한국 전시회를 더 갖고 싶다고 제의함에 따라 그의 국내 두 번째 전시가 리안 갤러리 대구점에서 'fantasMIma'라는 타이틀로 열리게 됐다.
'fantasMIma'는 환각, 환영을 뜻하는 'fantasma'와 손짓표현을 의미하는 'mima'의 합성어로 우리말로 '보이지 않는, 혹은 흐릿한 손짓'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시메티의 최근작(2017~2019)을 중심으로 작가의 상징적 조형요소인 타원형을 이용한 모노크롬 회화 20점을 선보인다.
시메티는 캔버스 표면 위에 타원을 직접 표현하는 대신에 타원형 나무 모형을 캔버스 뒷면에 부착, 팽팽하게 당긴 표면 위로 타원 형상이 굴곡을 이뤄 간접적인 조형언어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때 화면에 드러난 타원 형태는 비가시적 대상이자 '부재'의 형상으로 2차원의 화면에 3차원적인 공간감을 얻어 실제 공간의 빛과 그림자의 상호 작용을 회화적 요소로 삼고 있다.
시메티는 원래 그림을 전공한 것이 아니다. 1958년 로마에서 당시 유럽의 주류 미술이던 앵포르멜(추상 표현주의)의 화가로 활동한 알베르토 부리와 교류하면서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캔버스 표면을 단순히 단색으로 처리하는 대신 타원형 나무 모형을 이용해 평면의 한계를 넘어 실제 공간감을 얻는 회화적 언어 실현을 모색했고 타원은 그의 상징이 됐다. 특히 빨강, 노랑, 파랑 등 강렬한 원색 바탕의 화면은 우리의 시선이 그 공간을 떠다니다 타원형의 조형을 만나면 뭔가 모를 팽팽한 긴장과 에너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빛을 받은 타원형 표면은 캔버스 위를 떠돌며 그 주위는 미묘하게 변화하는 그림자의 그러데이션(Gradation'그림, 사진, 영상에서 명암이나 채도 등의 단계적 변화)을 형성하면서 그림의 단색 표면을 풍부한 뉘앙스의 색면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쉽게 말해 평면예술을 입체예술로 변화시켜 공간감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전시된 20점의 작품들은 모두 화면에 적게는 한두 개, 많게는 열 몇 개씩의 타원요소를 지니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성신영 디렉터는 "시메티가 주로 쓰는 파랑 빨강 노랑 흰색 검정과 같은 원색은 동양 철학과 상통하는 바가 있으며, 이원론적인 음과 양의 보완적인 힘의 작용으로 우주의 영속적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힘으로도 해석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30일(월)까지. 문의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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