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0 매일신춘문예] 희곡-시나리오 심사평

최현묵 극작가
최현묵 극작가

1차 심사에서 5편이 선정되었다. 희곡 '32일의 식탁', '단 하루', '택배가 온다', '현수막:Colorful Daegu', 시나리오 '표절시비'가 바로 그것이다. '현수막:Colorful Daegu'는 지역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와 사회 풍자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었으나, 구성의 혼란과 캐릭터 창조의 미흡 등으로 탈락되었다. 시나리오 '표절시비'는 비교적 성공한 성격 창조와 구성의 완결성 등이 인정되었으나, 작가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시선 등이 엿보이지 않고 단순한 사건 전개 등으로 본격적인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한국예술종합대학 연극원 연출과 교수
한국예술종합대학 연극원 연출과 교수

최종 본심에 오른 세 편의 작품은 공통적으로 단막극의 전형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즉 단 하나의 공간에서 최소화된 인물, 그리고 반전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결말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세 편의 작품 모두 현실의 공간에서 오늘날의 사회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작가로서 자기 나름대로 철학과 전망을 가지고 인물 창조와 결말을 맺고 있다. 이는 세 작품의 작가 모두가 한 명의 희곡작가로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시에 세 편의 작품 모두가 벌써 전형화된 틀을 답습하였다는 것도 의미한다. 때문에 세 편의 작가들은 앞으로 자기만의 깊은 성찰을 통하여 개성과 창의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최종 당선작 '32일의 식탁'은 희곡으로 갖춰져야 할 중요한 덕목, 즉 연극성에 주목하여 선정하였다. 특히 극중 엄마 역인 해진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줄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딸을 잃어버린 상실감에 모든 것이 망가진 중년 여인의 절규와 애타는 집착을 무대 위에서 발견하는 극적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불분명한 딸의 죽음과 성급한 결말 등은 다시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사족. 원고지 80매 안팎을 지키길 권한다. 그것은 신인작가로서 자질을 파악하는데 중요하다. 평소 써두었던 100매 이상의 작품들 여러 편을 마구 투척(?)하는 것은 신인작가를 찾는 신문사와 심사위원들의 진지한 노력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최현묵(극작가·대구문화예술회관장), 박근형(한국예술종합대학 연극원 연출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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