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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강의 생각의 숲] 벽을 넘는 담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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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강 작가
권미강 작가

'벽이라고 느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중에서) 삶에서 벽은 늘 있다. 그것이 권력의 벽이고 부당의 벽일 때, 앞선 누군가의 발걸음이 벽 꼭대기에 올라 아래를 보고 손짓할 때부터 벽은 더 이상 벽이 아니다. 여기 스스로 담쟁이 잎이 된 여성들이 있다.

1931년 5월 29일 새벽, 평양에서 가장 높은 을밀대 위에 한 여성이 올라간다. 평원고무공장 노동자 강주룡. 우리나라 최초의 고공 농성자이자 1인 시위를 한 사람. 조선인이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불합리한 처우에 반기를 들며 을밀대에 올라가 죽을 각오로 농성을 벌였다. 31살의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의 중요한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 85호기 크레인의 김진숙 당시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309일간 고공농성을 통해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아픈 삶을 세상에 알렸다. 21살에 입사해 용접공으로 일하다 23살에 해고된 그녀는 세 번이나 대공분실에 끌려가고 수배 생활과 감옥 생활을 반복했다. '176억원의 배당금 잔치를 벌이며 노동자들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한진에 맞서 불나방처럼 35m 크레인에 올랐다'는 그녀를 위해 전국에서 '희망버스'가 줄을 이었다.

2019년 크리스마스, 대구 영남대의료원 옥상에 한 여성이 있다. 178일째 고공농성 중인 박문진. 부당해고에 맞서 13년 동안 싸워온 그녀는 자신이 몸담았고 자신을 해고했던 영남의료원의 가장 높은 곳, 지상에서 70m나 되는 옥상에서 여름 무더위와 가을 태풍과 겨울 혹한에 맞서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35m 크레인에서 내려오고 오랫동안 흔들려서 잘 걷지 못했던 박문진 씨의 친구 김진숙 씨가 부산에서부터 100㎞를 걸어서 그녀를 만나러 대구로 향했다는 소식이다. 함께 산티아고길을 걷겠다는 약속을 가슴에 품으며. 그 뒤를 첫 번째 담쟁이 잎이었던 강주룡이 따른다. 수천 개의 담쟁이들이 대구로 향하고 있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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