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옛 이야기] 대구 출신 의병장 문석봉

의병에 드는 자는 살 것이요, 들지 않는 자는 죽을 것이다.

김태훈 대구 영남중 교사
김태훈 대구 영남중 교사

대구시 달성군 현풍읍 출신인 문석봉(1851~1896)은 별시 문과에 급제하고 1894년 진잠(현재 대전광역시 유성구 진잠동) 현감으로 부임하였다. 그해 양호소모사(전라도와 충청도 지역에서 군사를 모으는 관리)에 임명되고 동학농민군을 진압하여 큰 공을 세웠는데 인근의 유림들이 그를 위해 선정비를 건립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돌연 문석봉은 1895년 전반 공주부 관군에게 군사훈련을 시키고 의병을 일으켜서 일본을 조선에서 몰아낼 계획을 세우려다가 적발되어 '토왜죄'(討倭罪)라는 죄목으로 공주부에 구금되었다. 문석봉은 법부대신 서광범의 공초를 거쳐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를 통해 그가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일부 유생들과 공모하여 의병활동을 계획·준비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895년 중순에 석방된 문석봉은 을미사변 소식을 듣고, '천고(千古)에 없는 강상(綱常,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의 대변(大變)'이라고 격분하여 국모의 복수를 위해 거병해서 흉적을 토벌하기로 다짐하였다. 문석봉이 상경해서, 훗날 을사늑약 체결에 통탄하여 자정 순국하였던 민영환을 만나 자신의 포부를 밝히자, 민영환은 그에게 환도 한 자루를 풀어주며 격려하였다. 또한 문석봉은 을미사변 당시 훈련대 제2대대장으로서 일본군의 극악무도한 만행에 협조했던 우범선(농학자 우장춘의 아버지)을 처단했던 고영근과도 의견을 나누었다. 이미 고영근은 문석봉이 봉기하기 직전에 편지를 보내어 그의 결단에 힘을 실어주었던 적이 있었다.

드디어 문석봉은 1895년 11월 4일에 충청도 유성으로 내려가 창의하여 유성의병을 조직하고 대장에 취임하였다. 문석봉은 지휘부를 편성한 이후 통문을 각지에 발송하였는데, '을미사변을 천고에 없는 대변'으로 규정하고 의병을 일으켜 왜적을 토벌하여 사직(社稷)을 지켜야 할 것을 호소하였다.

문석봉 의병진은 먼저 회덕현을 습격하여 무기를 탈취한 후로, 1895년 12월 6일에 300여 명의 의병이 유성 장터에 모였고, 이곳에서 '아당(我黨, 유성의병)에 드는 자는 살 것이요, 들지 않는 자는 죽을 것이다'라고 외치면서 주민들의 의병 합류를 촉구하였다. 다음 날 오전에 문석봉은 의병을 이끌고 진잠으로 들어갔고, 일주일 뒤인 1895년 12월 14일에 공암을 거쳐 공주로 진격하였다. 유성의병은 공주부 관군과 공주 와야동(충남 공주시 소학동)에서 격전을 벌이다가 매복해 있던 관군의 공격으로 패퇴하였다.

문석봉은 유성의병을 해산하고, 지휘부와 함께 경상도 고령·초계 일대에서 재봉기를 준비하였다. 문석봉은 고령 현감에게 원조를 요청하였으나, 오히려 고령 현감의 고변으로 순검들에 의해 다시 체포되어 대구부에 구속되었다. 문석봉은 두 차례에 걸친 공초에도 의병투쟁의 결연한 의지를 역설하며 당당하게 맞섰다. 그러다가 함께 갇혀 있던 동료들과 감옥에서 탈출하여 경기도 과천으로 피신하였다. 곧이어 문석봉은 재차 상경하여 정계 인사들과 연락을 취하였고, 원주로 이동하여 '도지휘'(都指揮)가 되어 각 지역 의병장들에게 격문을 발송하였다. 그러나 문석봉은 옥고를 치르는 동안 몸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병세가 악화되자 현풍으로 돌아왔는데, 귀가한 지 석 달 만인 1896년 11월 19일에 숨을 거두었다.

문석봉은 한미한 선비 집안에서 무인으로 출세했음에도 영파재(映波齋)를 지어 후학을 양성할 만큼 문(文)에도 출중한 면모를 보였다. 문석봉의 유성의병은 '존화양이'(尊華攘夷)의 위정척사 성격보다 '주욕신사'(主辱臣死)의 근왕적 성격이 강하였다. 또한 문석봉의 유성의병은 향촌 유림 세력의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반침략 항일의병을 전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현재 문석봉 생가터는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성하길 68-7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그 주변에는 을미사변 이후 최초의 의병봉기를 일으켰던 문석봉에 대한 표식은 찾아볼 수 없다. 그 근처에 문석봉을 기억할 수 있는 상징물이 하루속히 건립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