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庚子年) 새해를 따뜻하게 여는 사람들이 있다. 여명동(34·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씨는 30년 이상 당뇨병으로 고생하며 자식을 키우느라 신장이 모두 망가진 어머니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했을 뿐만 아니라 영남대의료원에 "어머니를 잘 치료해주셔서 고맙다. 의료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5천만원을 기탁했다.
김기숙 교사(56·대구 성지중 교사)는 34년 정든 교단을 떠나며 자신이 마지막으로 근무한 대구 성지중학교에 장학금 1천만원을 내놓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꿋꿋하게 공부하고 반듯하게 생활하는 아이들을 격려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아프시고 나니 자식으로서 철이 들었고, 수술 과정을 함께 겪으면서 의료 발전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평범한 30대 청년이 자신의 신장을 어머니에게 이식해서 건강이 회복된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5천만원이라는 거액을 병원에 기탁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여명동(34·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씨. 그는 지난 2일 영남대의료원을 방문해 환자들이 더 나은 혜택을 받도록 의료 수준 향상에 힘써 달라는 뜻으로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1983년 영남대병원 개원 이래 환자 또는 가족이 기탁한 금액으론 최고액이다. 김성호 영남대병원장은 "환자분께 정성을 다해 치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고마운 뜻을 전해줘 감사하다. 기금은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가도록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당뇨병을 30년 이상 앓아온 여씨의 어머니(61)는 양쪽 신장이 모두 망가져 2016년 혈액투석을 시작했다. 투석 후유증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본 아들은 어머니 몰래 신장이식을 상담하고 절차를 밟았다. 자식 걱정에 거부하는 어머니를 겨우 달래 이듬해에 신장이식 수술을 마쳤다.
이날 기자를 만난 여씨는 "어머니가 당뇨를 앓아 온 줄도 모르고 살아왔다가 이대로 보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단 둘이 살면서 대화조차 없었던 미안함에 내 신장을 준다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인문계 고교 졸업 후 공사 현장에서 일을 배웠다는 여씨는 건축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크게 여유가 있어 5천만원을 내놓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지난해 어머니가 공기 좋은 곳에서 지내도록 달성군에 전원주택을 직접 짓고 이사를 마쳤다. 살던 집을 처분하고 남은 돈을 이번에 기탁했다는 것.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외가에서 자랐다는 여씨는 "어머니는 홀로 식당 주방 일을 하면서 어렵게 생활하셨다. 그럼에도 병원에 발전기금을 내자는 의견에 흔쾌히 동의를 해주셨다"고 했다. 아직 젊으니깐 돈은 지금부터 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췄다.
미혼인 그는 매일 저녁과 주말을 어머니와 함께 보내며 보살피고 있다. 신장 기능은 회복됐지만 당뇨합병증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사물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파봐야 병원의 중요성을 알게되더라구요. 어머니와 병원에서 보낸 오랜 시간 동안 다른 환자의 아픔도 지켜봤습니다. 치료 기술이 좀 더 발전되도록 미약하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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