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으로 다가가 시선을 맞춘다. 3초 이내에 "안녕하세요? 기분이 어떠세요?" 말을 건넨다. 어깨나 등에 손을 올린다. 3분이 지나도 당신을 거부하면 "오늘은 그만 할게요. 다시 봐요" 인사하고 돌아나온다.'
프랑스의 치매 케어 전문가 이브 지네스트의 책 '휴머니튜드 혁명'에 나오는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한 다섯 단계'의 내용이다. 병원과 복지시설에서 흔히 발생하는 치매 환자와의 소통 장애 해결법을 전파해온 그는 최근 국내 TV 다큐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인물이다. 그는 인천 시립 노인치매요양병원 중증 치매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휴머니튜드 케어'를 통해 치매 환자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과 소통의 문제점을 직접 증명한다.
휴머니튜드는 '인간다움' 뜻을 가진 조어다. '보고, 말하고, 만지고, 서고 걷는' 네 가지 기본 특성에 기초한 대화가 막힌다면 치매 환자와의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이브 지네스트는 강조한다. 화를 내고 욕하며 공격하는 치매 노인의 행동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데 대한 방어적 행동이라는 사실을 시청자가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치매 환자와의 소통 첫 단계는 '눈 맞추기'다. 정상인의 시야 범위는 120도이지만 치매 환자는 시야각이 매우 좁다. 정면에서 환자의 눈을 응시하고 얼굴 간격도 25~30㎝를 유지해야 소통이 가능해진다. 인천 치매요양병원에서 60일간 진행한 휴머니튜드 실험 결과 눈을 맞추고 어루만져 주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태도는 달라졌다. 환자를 침대에 묶는 구속 띠도 사라졌고, 신경안정제 약물 사용도 절반으로 줄었다. 누워만 있던 노인이 일어나 걷게 되고, 입을 닫았던 할머니는 간호사와 대화를 시작했다. 통제와 억압이 아닌 존중과 사랑이 가져온 치유력이다.
대구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사회복지사가 이용자들을 상습 폭행하고 학대해 온 사실이 적발됐다. 사건 은폐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사례에서 국내 병원과 사회복지시설이 안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점은 환자나 이용자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늘 그들과 마주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휴머니튜드 케어는 국내 약 75만 명의 치매 환자만을 위한 케어 방식이 아니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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