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당시 25살이던 수성구 만촌동 주민 A씨는 만촌네거리 인근에서 정신질환자로부터 '묻지마 테러'를 당했다. 택배 일을 하던 중 흉기에 찔려 간과 폐를 다쳤다.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는 두 살 아래 동생과 함께 편찮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A씨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월세로 살고 있던 집에서도 쫓겨나야 할 처지였던 A씨는 그러나 동네 주민들이라며, 힘내라며 건넨 현금 100만원에 다시 힘을 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는 힘든 이웃을 찾아 성금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만촌백인회'다. 매달 조금씩 모은 돈을 생활 형편이 어려운 동네 주민에게 전달하고 있다. 대상자를 직접 발굴해 지원하는 '만촌동의 키다리 아저씨들'이다.
만촌백인회는 2007년 4월 첫 모임을 시작했다. 이헌수 대원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제안했다. '백 명이 모여 이웃을 돕는 좋은 일을 하자'는 취지였다. 처음에는 10명 남짓 모였다. 시작은 미약했다. 매달 한 사람이 5천원씩 기부했다.
13년이 지난 지금, 회원은 70명을 넘는다. 모두 만촌동 주민들이다. 세탁업과 가스업 등 동네 자영업 종사자와 은퇴자, 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3년 동안 동네 이웃에게 전달한 금액은 모두 1천300만원에 달한다. 현재는 한 해 약 400만원을 모으고 있다. 지원 대상은 주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경제활동을 하거나 부양 자녀가 있어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들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주로 어린 학생과 노인을 도왔다. 이혼한 아버지, 할머니 등과 사는 삼남매를 비롯해 엄마가 세상을 뜨고 장애인 아버지와 사는 중학생 등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쓰레기더미 같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노인을 위해 도배와 장판 시공을 도왔다. 허리 통증으로 걸어 다니기 어려운 75세 할머니의 수술비를 보탰다.
연탄보일러 집에서 사글세로 생활하는 90대 어머니와 60대 아들 가족에게도 나눔의 손길을 전했다. 이 모자는 기초생활수급으로 받는 17만원으로 한 달을 보내던 터였다. 동문초교와 동부중 등 지역 내 학교에도 발전기금을 기꺼이 내놓았다.
만촌백인회 회원이자 간사를 맡았던 이기철(53) 씨는 "회원들은 단순히 기부만 하지 않는다. 동네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어려운 이웃을 찾아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에 직접 추천을 한다"며 "작은 성의지만 동네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이 서로 보살핀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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