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검색 대부분 포털 사이트 의존
추천해주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선택
전통시장도 못 피해가는 데이터주의
정보 독점 플랫폼 기업 영향력 씁쓸
전통시장은 자연 발생적으로 또는 사회적·경제적 필요에 따라 조성되고, 상품이나 용역의 거래가 상호 신뢰에 기초해 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장소로 정의된다.
포털사이트에 '전통시장'을 입력하면 찾아지는 글귀이다. 명확한 듯하나 왠지 전통시장 고유의 맛깔스러움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건조한 느낌이다. 원래는 재래시장이었으나 법명으로 일컫게 된 전통시장이 현재 전국에 101개가 있다고 하니 제법 그 숫자가 만만치 않다.
전통시장에는 특유의 흥정이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초로의 아낙들이 주인장이기에 가격 흥정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그 자체가 다툼인데 시장에서의 흥정은 오히려 살갑게 다가온다. 다툼의 끝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흥정 끝에는 한 움큼 덤으로 얹어주는 넉넉한 인심이 묻어나기에 오히려 다툼을 즐길 수도 있겠다. 은퇴 후 전국의 전통시장을 모두 방문해 그 소감을 글로 남기는 것이 꿈인 가까운 동갑내기 지인이 있다. 넌지시 동행을 요청했는데 거절치 아니하여 훗날 불편하지 않은 다툼을 양껏 즐겨볼 요량이다.
근자에 제주도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여행이 아닌 업무차 출장이어도 제주 가는 길은 언제나 묘한 설렘이 있다. 당연히 제주에도 전통시장이 있는데 제주시에 22개, 서귀포시에 8개를 합하여 총 30개의 전통시장이 있다고 한다. 숫자가 많은 것은 상가를 포함하기 때문인 듯하니 전통시장에 걸맞은 대표적인 상설시장은 제주동문시장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다. 두 곳 모두 방문 때마다 주차의 어려움이 있으니 가히 성업 중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마침 저녁 식사를 위해 전통시장 내 한 식당을 방문했는데 소위 소문난 맛집이다. 대기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중에 주변을 둘러보니 동일 업종 식당이 다수이다. 심지어 더 넓고 깨끗해서 특별한 목적 없이 식당을 택한다면 쉽게 선택받을 수 있는 식당일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식당에서의 한 끼 식사를 위해 기다림과 불편함을 감내한다. 맛집을 찾는 대다수는 정보에 의존한다. 핸드폰을 이용하여 대상 맛집을 찾아 다소 멀어도 애써 찾아가기 마련이다. 그렇게 얻은 정보는 공유에 기반한 것이다.
2013년 뉴욕타임스 기자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데이터주의(Dataism)라는 용어를 정의한 바 있다. 데이터주의는 실제 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를 예시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 Harari)가 그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인용해 널리 알려진 용어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의지보다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되며, 결국 사람들은 데이터를 마치 종교처럼 신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유려한 문체와 논리에 비해 구체적인 해결책의 제시가 없다는 비판도 있으나, 불평등의 심화를 구체적으로 예견한 논거는 눈여겨볼 만하다. 맛집을 찾아가는 과정을 데이터주의의 전형적 예시로 제기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일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에 의존하는 선택의 빈도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데이터주의가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는 것이다. 지식의 확산을 전제로 하는 맛집 후기와 같은 공유 행위가 의도치 않은 소비 집중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자체로서 꽤나 아이러니하다.
경제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고는 하나 경제적 진보는 경쟁의 산물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독점과 경쟁은 나름 사회적 가치가 있음을 전면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독점은 경쟁의 비효율을 수반하여 결과적으로 다수의 경제 주체에 피해와 사회적 불공정을 유발한다. 구글로 대표되는 정보공유를 위한 정보독점의 플랫폼 기업들의 과도 지배력에 관한 문제는 이미 낯선 이슈가 아니다.
다만 일회성의 편리함보다 나누고 소통하고 다양성이 존재하는 전통적 거래 방식의 장터인 전통시장조차 데이터주의를 피해갈 수 없다는 현실이 조금은 불편하게 다가온다. 맛집 정보를 제공해 새로운 형태의 독점을 잉태하게 하는 주체가 독점의 피해자일 수 있는 바로 우리들이라는 것이 더 불편하다. 넉넉한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 우리 일행을 맞은편 식당 주인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애써 그 눈길을 피할 수밖에 없는 몹시 어색한 시간이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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