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쯤 대구 수성구 파동의 한 재개발지구. 평일 한낮임에도 거리는 황량했다. 인적을 찾아 볼 수 없었고, 골목 곳곳에는 쓰레기가 담긴 검정 비닐봉투와 집기류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한때 애써 가꿔진 듯했던 화분들은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전쟁 후가 이럴까 싶을 만큼 모든 것이 망가져 있었다.
줄지어 선 단독주택 대문에는 모두 붉은색으로 '공가', '철거'라고 쓰여 있었다. 방치돼도 좋다는 의미의 주홍글씨처럼 보였다.

대구 도심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이른바 '빈집 지구'들이 늘고 있다. 주민들이 모두 이주하지 않으면 철거작업을 시작할 수 없어 장기간 빈집만 가득한 동네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범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동의 재개발지구는 지난해 3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측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뒤 주민 대부분이 이주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 이주하지 않은 서너 가구가 있어 철거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근 동네 주민들이 불편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전깃불이 들어온 건물조차 없어 공포감을 준기 때문이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A(12) 양은 "낮에도 이곳 근처를 지나다니지 않는다. 부모님 등 어른들이 재개발지구 인근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남아 있는 주민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 곧 이사를 한다는 B(58) 씨는 "다니기가 무섭다. 밤이면 이상한 사람들이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도 있어 이사 갈 날만 기다리며 버텼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4시쯤 찾은 대구 중구의 또 다른 재개발지구. 이곳 역시 2018년 8월부터 이주가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건물 철거는 이뤄지지 못했다. 1년 4개월 가까이 빈집만 가득한 상태다. 활기를 띠고 있는 지척의 대구 도심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대구에서 이주 및 철거가 진행되는 재개발·재건축지구 상당수가 길게는 2년 가까이 텅 빈 채 방치되고 있다.
방범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측이 계약한 경비용역 업체와 CCTV, 경찰 순찰차에 의존하고 있다. 내부에서 범죄가 일어날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경찰과 협조해 함께 순찰을 돌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대부분 오래된 구시가지인 재개발·재건축 대상 지역들은 좁고 복잡한 골목이 많은데다, 빈 집 내부까지 하나하나 순찰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노숙자나 비행청소년들이 드나들기 어렵지 않아 땜질식 방범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경비용역업체 관계자는 "주민들이 집을 비울 때 열쇠를 받아 문을 잠그지만, 자물쇠를 걸어 둬도 문이 열리는 집이 있어 아침마다 확인해 다시 잠가놓곤 한다"며 "노숙자 등 누군가 들어가면 사실상 찾기 어렵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오래 방치되고, 경찰이나 민간 경비업체의 인력 부족으로 방범 활동이 어려워 청소년들의 일탈행위나 범죄자들의 은신 장소로 이용되기 쉽다"며 "비상벨 등 방범시설을 설치하고, 인근 주민들로 자율방범대를 꾸려 경찰과 함께 순찰하는 '치안 공동생산'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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