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골수성백혈병(CML)은 2001년 글리벡이라는 경구용 표적치료제가 개발된 이후, 이제는 만성 질환으로 인식되는 단계까지 와 있다. 몸에 이상이 있어 입원했던 환자분들도 진단과 동시에 경구용 표적치료제를 받아 퇴원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경우엔 퇴원 후 외래 진료를 처음 오시는 날에 교육을 하게 된다.
백혈병이라는 진단명이 붙은 것만으로도 큰 걱정인 환자분들이 치료 성적에 대한 이야기며 약물 복용을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한결 편안해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에 사용하는 경구용 표적치료제는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아 병용하는 약물이 있는 경우 상호작용 유무를 확인해드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꼭 한 가지 당부 드리는 주의가 있는데 '앞으로 자몽은 드시지 마세요' 라는 말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약에 대한 자료를 찾다보면 음식과 약물간의 상호작용 부분에 한번 씩 'grapefruit' 이라는 낯선 단어가 등장했다. 자몽을 본 적도 없던 시절이어서 이건 무슨 음식인가 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grapefruit'을 잘못 번역해 '포도과일'이라고 해놓은 문헌도 있을 정도로 생소한 과일이었다. 뒷날 국내에도 수입되기 시작한 자몽은 달콤 쌉싸름한 매력과 함께 반개만 먹어도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C를 섭취할 수 있다고 해서 요즘은 많은 분들이 즐기는 과일이 되었다.
자몽과 약물간의 상호작용을 쉽게 이야기하자면, 간에는 각각의 약물이 대사되는 여러 가지 방들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약물과 자몽이 같은 방을 사용하여 대사되게 되면 자몽이 비켜주지 않아 약물이 제 시간에 대사되지 못하게 되고, 따라서 약물이 몸속에 쌓여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문제는 자몽이 아주 많은 약물들과 간에서 같은 방을 이용하여 대사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에 장기적으로 약을 한 가지라도 복용하기 시작 했다면, 내가 먹는 약이 자몽과 상호작용이 있나 없나를 일일이 확인하기 보다는 자몽을 멀리하시기를 권하고 싶다.
종양전문약사 모임에서 '병원 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자몽 쥬스에 경고 문구라도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로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건의해야하나 하면서 잠시 고민했었는데,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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