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춤을 사랑하는 후배들이 큰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공연 불모지 포항서 댄스팀 구성해 전국대회 입상 화려한 경력
꿈과 다른 현실 장벽에 꿈을 포기하는 후배들 안타까워

포항지역 댄스팀인
포항지역 댄스팀인 '쇼타임 댄스 프로젝트 팀'이 지난해 전국무용제 공연 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안무가 권승원 씨는 맨 밑 왼쪽에서 다섯번째. 쇼타임 댄스 프로젝트 팀 제공.

"'춤'을 사랑하는 후배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취미였던 '춤'이 어느새 인생이 된 안무가 권승원(38) 씨. 그는 공연 불모지인 경북 포항에서 '춤꾼' 10여 명으로 구성된 댄스팀 '쇼타임 댄스 프로젝트 팀(이하 쇼타임 팀)'을 만들어 전국대회 상위권 수상까지 거머쥔 춤 실력자다.

스스로를 '춤꾼'이라 불리길 좋아하는 그는 학창 시절 포항 영일고등학교 댄스 동아리 '에이블'에 가입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춤이라고 하면 음악에 맞춰 짜인 안무를 따라 추는 실용무용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그가 추는 춤은 현대무용과 한국무용, 발레 등 순수무용이다. 물론 비트에 맞춰 몸을 자유자대로 움직이는 비보이들의 춤도 그가 추는 춤 안에 포함돼 있다.

쇼타임 팀은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전국무용제'에서 3위에 해당하는 동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도 이 대회에 출전해 은상을 탔다.

이 팀의 전국무용제 도전은 3번으로, 이 중 2번이 최상위권에 올랐으니 실력은 말할 것도 없다. 전국무용제 출전 기준이 광역지방자치단체 대회 1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상 자체가 놀라운 실력이다.

이런 팀의 리더 격인 그는 안무를 짜는데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쇼타임 팀의 안무도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2009년부터 현재까지 20여 개의 전국·지방 대회에서 안무자상을 휩쓸었다.

개인 춤 실력으로도 2002년 5월 대구 무용진흥회 콩쿠르 전체 대상, 2005년 대구 신인 무용 콩쿠르 은상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그에게 춤은 계속 달려가야 할 '꿈'이자 가장 큰 '고민'이다. 함께 춤을 추던 이들이 점차 돈과 관련된 '현실적' 문제로 떠나가고, 1990년 대와 2000년 대 초반처럼 춤을 추고자 하는 이들도 점점 줄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2000년 안팎의 시기 댄스가수들이 TV를 장악하고 있던 시절 춤은 기성세대들의 미움을 받는 '일탈'로 비쳤지만, 그래도 당시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크게 번졌었다. 이 시기 포항만 해도 영일고를 포함해 지역 10여 개 학교에 댄스 동아리가 생겼다.

그러다 '춤'이 돈과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장벽 때문에 안정된 생활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났고, 이제는 포항에 진짜 춤꾼을 뜻하는 '찐 춤꾼'은 10명 남짓만 남았다. 현재는 춤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도 과거와 전혀 다른 현실적 이유로 선뜻 춤에 인생을 걸고자 하지 않는 분위기다.

더욱이 전국대회에 입상을 해도 포항문화재단 등 공연 기획 기관이 타 지역 댄스팀을 부르는 등 지역 댄스팀에 대한 무관심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그는 이런 현재를 바꿔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춤을 사랑하는 후배들이 현실의 장벽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의 무용학원도, 영일고 에이블팀 지도 강사직도, 쇼타임팀도 모두 이런 뜻으로 운영하고 있다.

권 씨는 "전국대회에 입상을 하면 많은 것이 달라질 줄 알았지만,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어 솔직히 많이 놀랐다"며 "그래도 언젠가는 지역에서도 지역 댄스팀이 큰 사랑을 받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며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쇼타임 댄스 프로젝트 팀의 공연 한 장면. 쇼타임 댄스 프로젝트 팀 제공.
쇼타임 댄스 프로젝트 팀의 공연 한 장면. 쇼타임 댄스 프로젝트 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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