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12월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신분으로 부산에서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30㎞ 내에 부산, 울산, 양산 시민 340만 명이 살아요. 만에 하나 그런 사고가 발생하면 이거는 뭐 인류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최대, 최고, 최악의 원전 사고가 되는 거거든요."
취임 한 달여 뒤인 2017년 6월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발표하고 탈원전을 선포했다. KBS가 팩트체크라며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탈원전을 공약한 만큼 영화 '판도라'와 탈원전은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판도라'를 본 문 대통령이 탈원전 결심을 확실하게 굳혔다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영화 관람으로 문 대통령이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경우가 잦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후 문 대통령은 "아직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다"고 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하고서는 "(역사는) 이렇게 뚜벅뚜벅 발전해오고 있는 거다. 우리가 노력하면 바뀐다"고 밝혔다. 이어진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관련 문화예술인들과의 점심 자리에서는 더 강한 발언이 나왔다. "책임 있는 사람들, 벌 받을 사람들. 확실히 책임지고 벌 받게 하는 그게 해야 될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주말 영화 '천문'을 관람했다. 신분과 상관없이 실력만으로 인재를 발탁해 과학 발전을 이룬 세종대왕과 노비 출신 천재 과학자 장영실을 다룬 영화다. 온라인에선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안나푸르나 눈사태 실종자들을 언급하며 "애가 탄다"고 했던 점을 지적하며 영화 관람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영화 '판도라'를 거론하며 문 대통령의 탈원전을 꼬집는 댓글도 있었다. "세종대왕 시절은 우리 역사상 과학기술이 융성했던 시기"라는 문 대통령 발언과 세계 최고 수준인 원전을 폐기하는 탈원전이 모순된다는 것이다.
견강부회일지 모르지만 문 대통령의 '천문' 관람 목적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세종=문재인, 장영실=조국, 과학 발전=검찰 개혁'이란 구도를 만들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지 진영 논리를 담은 영화를 편식(偏食) 관람하는 대통령 탓에 온갖 추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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