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멸사봉공의 불출마 선언으로 TK의 자존을 회복하라

정종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4·15 총선 불출마를 천명했다. 한국당의 대대적인 물갈이 방침과 시도민의 변화 요구에도 요지부동이던 대구경북(TK) 국회의원 중 첫 불출마 선언이다. 정 의원의 이 같은 행보가 대구경북발 보수의 혁신과 공천 개혁의 신호탄이자 마중물이 될 것인지에 대해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의원은 "과감한 인적 쇄신과 보수통합의 성공을 위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며 "탄핵 정국과 당내 계파 갈등에 책임 있는 인사들도 합류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의 이번 선택이 인간적·학자적 고뇌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도 있다. 아무튼 불출마 무풍지대를 일신한 그의 용단을 환영한다.

정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전까지 한국당에서 4·15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현역 의원은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모두 12명이었다. TK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따라서 한국당의 변화를 열망하는 지역민들이 격한 항변을 토로하거나 자조적인 넋두리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대구경북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는 것이었다.

이제 정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TK 물갈이의 도화선이 되어 한국당의 혁신과 보수의 통합으로 위기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교두보가 되어 줄 것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그런데도 TK 중진들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정치적 상황의 차이와 지역구 역할론 등을 내세우며 '마이웨이'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유권자들이 그것을 노욕과 변명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묻지마식 용퇴론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진박'을 자처한 인사와 고령의 다선 의원 그리고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이력이 있는 현역들이 불출마 선언의 대열에 합류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국당의 혁신 공천 방침에 따르면 대구경북 의원 절반 이상은 물갈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공천 탈락으로 떠밀려 나가기보다는 품격 있는 용퇴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스스로는 물론 TK의 자긍심을 잃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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