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란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선수의 계약이나 트레이드가 이루어지는 기간에 팬들이 따뜻한 난로(스토브)에 둘러앉아 입씨름을 벌인 데서 비롯된 말이다. 이 기간에 팬들은 응원하는 선수나 구단의 소식에 관심을 두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키워간다. 구단으로서는 트레이드나 선수 육성 등을 통해 한 해 농사가 결정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 이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인기다. 현직 선수부터 프런트 직원, 야구팬들은 물론 야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까지 안방에 앉게 한다. 줄거리는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의 이야기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 '머니 볼'과 맥이 닿아 있다. 4년 연속 꼴찌 팀 '드림즈'에 새로운 단장인 백승수(남궁민)가 부임하면서 스토브리그 기간 조직의 잘못된 시스템, 부조리, 악습 등을 없애고 강팀으로 만들어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통쾌함을 선사한다. 구단 내부의 정치 싸움, 금품수수나 폭행 시비 등 실제 야구계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를 드라마에 녹인 것도 현실적이고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에 나오는 드림즈라는 팀이 삼성 라이온즈를 똑 닮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4년간 꼴찌였던 드라마 속의 드림즈와 2016년 이후 4년째 바닥권을 헤매는 삼성의 성적이 비슷하다. 지난 시즌 때 논란이 됐던 선수단 내 기강 해이 문제와 트레이드를 둘러싼 잡음도 그렇다. 무엇보다 드림즈 해체를 원하는 구단 대주주가 선수 연봉을 30%나 삭감하는 행태와 2016년 1월 대주주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뀐 후 투자에 인색한 모기업의 모습이 너무나 닮은꼴이다. 두 팀이 처한 현실은 비슷한데 해결 방법은 사뭇 다르다. 드림즈는 백 단장이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구단의 총액 삭감 압박과 유명 선수의 갑질 버티기를 이겨내고 데이터·분석 야구를 도입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단 기강 잡기, 침체한 분위기를 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드라마 '10회'에 방영된 감독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일부러 비활동 기간 훈련을 고집하다 반발하는 감독의 의견을 수렴하는 백 단장의 모습은 '권한의 위임'을 통한 진정한 리더십이 뭔지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드림즈와 달리, 삼성의 스토브리그는 조용하다 못해 손을 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팀 내 최다 홈런을 치며 중심을 잡던 다린 러프가 팀을 떠나면서 전력 보강이 시급한 데도 이렇다 할 전력 보강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강민호와 이학주의 트레이드와 관련된 소문도 그렇다. 실명과 더불어 그럴듯한 내용이 거론되면서 선수 개개인의 사기 저하가 우려됨에도 삼성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할 뿐 슬그머니 넘어갈 뿐이었다. 사실이라면 더 큰 문제다. 이들 선수는 지난해 팀 내 드래프트 1순위(2019년)와 80억원대(2018년)의 거액을 주고 데려온 선수인데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는다면 그동안 선수 영입과 육성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다.
삼성은 올 스토브리그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붕괴한 투수진을 재건하고 결정력 있는 타자를 영입하거나 길러내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선수단 내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시즌 때야 감독·선수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비시즌 때는 단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감독이 있더라도 단장이 훌륭한 선수를 모아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프로야구 개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홍준학 단장에게 드라마 '스토브리그' 시청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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