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감각적 표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작가의 화법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드로잉은 현재 그 범위가 넓혀지면서 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장르가 되고 있다. 이전의 평면적 요소의 드로잉이 공간을 아우르는 설치 요소로 도로잉을 우리는 흔히 접하고 있다. '무언가를 그린다'는 드로잉이 평면을 벗어나 공간을 포함해 뭔가를 그리는 전 과정의 행위를 지칭하게 된 것이다.
대구 봉산문화회관은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대구에서 소규모 예술가 집단의 전략적 전시활동을 지지하는 올해의 특화 기획전시 '또 다른 가능성-태도로서 드로잉'전을 연다. 전시 취지는 자생적으로 결성해 예술의 실천을 탐구해온 두 개의 지역 미술가 집단을 초청해 미술의 또 다른 가능성과 세상을 바라보는 직관적 태도로서 '드로잉'에 주목하는 미술가를 소개하려는 데 있다.
이 전시에 초대된 미술가 집단은 '단디움'과 '담'(談)이다.
'단디움'은 '단단히 움트는 싹'이란 의미로 2016년 결성된 단체로 회화를 바탕으로 시각예술의 개념과 공간, 행위의 한계를 넘어 회화의 영역을 넓혀가려는 대구 청년작가들로 구성됐다.
이 단체는 표현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는 순수회화의 새 형식을 실험하고 청년세대의 힘든 삶과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결해보자는 의지를 갖고 그리는 행위 과정을 중요시한다.
김보민은 나와 타인과의 경계를 창문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야기하는 영상 드로잉을 선보이며, 민주는 고무줄놀이를 바탕으로 공간을 특정적으로 활용한 선적인 요소의 공간 드로잉을 보여준다. 박지연은 틈 사이 빛을 그리는 드로잉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사물을 보고 있는지를 질문하고, 최영지는 세포모양의 상징들로 그리는 드로잉을 통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공존을 탐구한다.
'담'은 2010년 창립한 단체로 구상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는 영남대 미술대학 출신들로 구성됐다. '서로 논의한다'는 뜻의 '담'은 드로잉이 주는 단순함과 솔직함의 매력을 통해 즉흥적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율적·독자적 작업의 가능성을 실천하고자 한다.
현재 공성환 류성하 여환열 김윤종 서정도 김영대 송해용 김명수 김강학 정창기 이구일 허양구 김기수 정병현 이정호 등 15명이 활동 중이며 이번 전시는 11명이 참여하고 있다.
여환열은 만년설이 덮여진 에베레스트를 품은 히말라야 대자연의 경이와 생동하는 힘을 수채물감과 먹으로 드로잉했고, 류성하는 환하게 웃는 할머니 얼굴을 통해 어린 시절 기억의 단편과 그 사이로 비치는 빛의 투영을 보여주며, 이정호는 서로 다른 물성이 충돌하는 물리적 사건 흔적을 드로잉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다.
이구일은 삶을 비롯한 사물의 본질을 추상하는 흔적으로서 구상회화를 그리며, 김윤종은 자연에 대한 숭고를 드러내는 넓은 하늘과 구름을 드로잉한다. 김강학은 15장의 동일한 크기의 동물 그림을 그려 모든 생명체의 동등한 지위와 생명 존중을 시각화하고 있다.
김명수는 일상화된 노동을 드로잉하면서 자신을 찾는 여정을 그리고, 정병현은 한지 위에 안료를 반복적으로 칠하고 쌓은 후 바늘로 뜯어내는 드로잉 행위를 통해 노동으로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선보인다. 이어 김기수는 부식 철판을 스테인리스 거울에 새겨 넣고 둥글게 두들긴 작업과 붓 획을 그은 수십 장의 종이 드로잉을 통해 기억 잔상으로서 감성과 심성을 일깨운다.
전시는 29일(수)부터 2월 15일(토)까지이며 봉산문화회관 1~3전시실에서 열린다.
문의 053)661-3500.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