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 없다? 적어도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 같다. 시즌2가 시즌1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3년여 만에 시즌2로 돌아온 '낭만닥터 김사부'. 도대체 무엇이 이 드라마에 이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시작부터 빵 터진 인기 비결
지난 2016년 11월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에 대한 반응이 터진 건 5회부터였다. 첫 회 9.5%(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매회 1% 내외씩 오르다 5회에서 16.5%로 뛰어올랐고 그 후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고 시청률 27.6%로 종영했다. 이 시청률이 말해주는 건 이 드라마가 초반 적응기를 넘어서면서부터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이어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즌2는 어땠을까.
2020년 1월 시작한 시즌2는 첫 회부터 14.9%를 찍었고 2회는 18%로 치솟았다. 이 시청률은 시즌1의 기대감을 그대로 시즌2가 이어받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낭만닥터 김사부2'는 시작부터 시즌1의 상황 설정을 거의 그대로 가져옴으로써 낯설음보다는 익숙함을 먼저 강조했다. 돌담병원의 김사부(한석규)라는 존재가 드라마의 기둥을 든든히 잡아주고 그와 대척점으로 도윤완(최진호)이 거대병원 이사장으로 오면서 대결구도를 만들어내며, 여기에 새로운 신진 의사들로 서우진(안효섭)과 차은재(이성경)가 저마다의 트라우마를 가진 채 돌담병원으로 밀려 내려온다. 시즌1에서 강동주(유연석)와 윤서정(서현진)이 돌담병원으로 내려오게 됐던 것처럼.
이런 익숙한 설정을 먼저 보여준 후 '낭만닥터 김사부2'는 그 위에 색다른 이야기 소재들을 더해 넣는다. 이를테면 돌담병원 여운영 원장(김홍파)이 물러나고 대신 그 자리에 박민국(김주헌)이 도윤완의 명으로 원장 자리에 올라 김사부를 몰아내려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그렇다. 또 서우진과 차은재가 가진 트라우마를 넘는 과정도 새롭다. 어려서 부모가 동반자살을 시도한 아픈 트라우마를 가진 서우진이 응급실에 실려온 동반자살 가족의 시술을 거부하자 김사부가 이를 설득하는 과정이나, 수술실 트라우마를 겪는 차은재에게 김사부가 플라시보를 줘 이를 극복하게 하는 과정이 그렇다. 물론 소소한 소재들은 달라졌지만 이야기 구조는 시즌1과 달라진 게 없다. 그런데 바로 이런 익숙함이 시즌2가 단박에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내며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가 되었다. 시청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보다는 여전한 재미를 원했다. 그런데 그 여전한 재미란 도대체 뭐였을까.

◆의학드라마? 부조리에 일침 날리는 사회극
'낭만닥터 김사부'는 알다시피 의학드라마다. 돌담병원이라는 소외된 지역의 외상치료를 주로 하는 병원이 그 배경이다. 그래서 갖가지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들을 긴박하게 살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의사들의 모습과 환자들 저마다의 사연이 드라마의 전편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사실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김사부라는 거의 무협지에 나올 법한 의술이 신의 경지에 오른 외과의가 있어 긴박하긴 해도 그리 긴장감을 주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그가 그런 의술을 베푸는 걸 못마땅해 하는 거대병원 이사장과의 갈등과 대결이 긴장감을 만든다. 거대병원의 부속병원인 돌담병원이 김사부에 의해 그렇게 환자들을 치료해내는 일을 거대병원 도윤완 이사장은 탐탁찮게 여긴다. 그것을 드라마에서는 도윤완의 개인적 복수심처럼 그리고 있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최근 김사부의 모델로도 유명해졌던 이국종 센터장에게 벌어졌던 사태가 보여줬듯이 외상센터를 운용하는 것이 수지타산에는 맞지 않는 장사(?)라 여기는 세태가 여기에는 들어가 있다. 환자를 받으면 받을수록 병원에는 손해가 가는 외상센터의 현실. 김사부는 그래도 환자를 치료하는 게 소임이라 여기는 것이고, 도윤완은 병원 경영의 입장에서 손실만을 만드는 김사부를 밀어내려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의학드라마는 사회극으로 얼굴을 바꾼다. 의사라는 생명을 살리는 직업의 본분을 다하려는 김사부를 밀어내기 위해 거대병원은 갖가지 모략과 거짓 선전 그리고 부당한 처분을 내놓는다. 이러한 사회의 세태를 드라마는 내레이션을 통해 이렇게 전한다. '왜곡의 시대. 정당한 신념조차 색깔 프레임에 가두고 보편적 가치조차 이해타산에 맞춰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이상한 세상. 권력을 권리라 착각하고 이권을 정의라 주장하는 사람들.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뒤로한 채 상대를 뭉개버려야 나의 옳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사람들의 세상이 되었으니….' 의학드라마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사부의 일침에 담긴 낭만 판타지의 힘
도윤완으로 대변되는 거대병원과 김사부로 대변되는 돌담병원의 대결. 이건 병원이 가진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하나는 이윤을 추구하는 하나의 사업체로서의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생명을 다루는 인술이 펼쳐지는 곳으로서의 얼굴이다. 의사도 그 두 얼굴의 어느 쪽을 대변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병원을 경영하는 이들이나, 그 편에 선 의사는 수익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병원이 살아야 환자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 서서 아픈 환자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는 의사는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본연의 소명에 초점이 맞춰진다.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생각의 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곳이 병원이고, 이것이 현재 우리가 아프면 믿고 찾아갈 수밖에 없는 병원의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병원만의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네 사회의 많은 직업군들이 본연의 소임과 실제 현실 간의 괴리를 겪는다. 예를 들어 교사들을 보라. 학생들을 진정한 배움으로 이끄는 것이 그 소임이지만 당장의 입시 교육 속에서 그 치열한 경쟁에서 아이들이 이기게 하기 위해 전면에서 뛰는 것이 현 교사들의 현실이다. 좋은 대학에 아이들을 보내는 일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고, 그건 또한 교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자본화된 현실이 교사라는 본연의 직업이 가진 소임과 부딪치는 지점이다.
그래서 김사부라는 캐릭터는 다분히 판타지적인 면을 드러낸다. 현실에서 그런 선택을 하면 '낭만적'이라며 현실을 모르는 이라 비판받기 일쑤일 게다. 이 드라마 속에서도 김사부의 반대편에 선 자들은 그의 선택이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비경제적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아마도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낭만닥터 김사부2'가 보여주는 다소 낭만적인 판타지는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그런 이상을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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