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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젊은 비평가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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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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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17세기 이전에는 비평의 역할은 거의 없었지만, 새로운 형식의 예술이 등장하면서 비평은 예술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초기 비평의 주된 역할은 '판단' 혹은 '평가'였다. 이와 같은 요소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했고, 이에 기반하여 비평은 그 권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치적인 문제를 비롯한 '주례사 비평' '암호문 비평' 등이 난무하며 비평의 권위는 추락하게 되었다. 이러한 비평의 위기와 함께 비평은 '판단'이나 '평가'보다는 '해석'과 '번역'에 기반을 두게 되었다. 즉 현대의 예술 비평은 판단을 통해 하나의 의미로 귀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지 못한 부분을 찾아 숨어있던 의미를 도출하여 예술을 무한하게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비평의 모습과 비슷한 구조가 SNS에서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SNS는 다수의 청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형태를 띤다. 게시물 작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항목은 '이미지'와 '글'인데 스스로가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어떤 이미지나 글을 함께 게재하며 불특정한 대상과 소통한다.

지나칠 법한 일상이나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공유하려는 태도는 비평과 유사하다. 이렇듯 청년들은 너무나도 쉽고 자유롭게 글을 쓰며 서로 소통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예술 비평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불편해하며 기피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함에 있어 익숙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청년 예술인의 비평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짧은 견해로 크게 두 가지를 들어본다면 먼저 비평가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과 글을 기고(공유) 할만한 매체가 없다는 것에 있다.

청년작가들에게 늘 제기되는 경제적 불안은 비평가에게도 마찬가지로 통용된다. 오히려 비평가에 비해 청년작가는 안정되고 있는 추세이다. 각종 공모전이나 지원프로그램 등은 청년작가들에게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지만, 이에 반해 비평가를 위한 제도나 장치는 거의 전무하다. 하물며 기존의 비평가들 역시 비평만을 통한 경제적 생활은 대부분 불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비평의 위기가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기존의 직업들이 사라지거나 통합되는 것을 역사를 통해 지켜봤기에, 비평가라는 직업 또한 그 형태가 변하고 있는 과도기일 것이다. 비평가라는 직업이 작가, 기획자, 갤러리스트 혹은 다른 직업군과 병합되더라도(혹은 병행할지라도) 비평은 꾸준히 예술과 함께 지속될 것이다. 근래에는 없었던 직종의 예술인들이 종종 생겨나고 있다. 이와 함께 각자만의 전략을 통해 비평을 할 수 있는 동료들이 더욱 많아져 건강한 예술계가 구축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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