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0 세상 읽기] #힘내라_대구경북

이창원(인디053 대표)

DGB대구은행은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대구시와 경북도에 각 5억원씩 10억원의 성금을 전달하는 한편, 오는 27일을 전후해 실의에 빠진 시도민을 격려하기 위한
DGB대구은행은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대구시와 경북도에 각 5억원씩 10억원의 성금을 전달하는 한편, 오는 27일을 전후해 실의에 빠진 시도민을 격려하기 위한 '힘내라 대구경북! 모두가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초대형 현수막을 대구은행 본점 외벽에 내걸기로 했다. =대구은행 제공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벌어졌던 그 순간.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인들이 아픔과 슬픔에 빠져있었던 그 때, 수십 장의 그림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그림 속 등장인물은 남편의 손을 잡고 있는 임산부, 활짝 웃고 있는 어린이, 주름 가득한 노인 등이었다. 또, 동네에서 편안히 산책하고 있는 강아지 모습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다는 것. 그림 속의 노인들은 인자하게, 어린이들은 천진난만하면서도 다부진 얼굴로 웃고 있었다.

율산 리홍재
이노우에 다케히코 '미소 프로젝트'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이노우에 다케이코(井上雄彦). 우리나라에도 만화 '슬램덩크'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이노우에는 지진이 일어난 다음날부터 아이패드로 작업한 40여 편의 그림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주제는 '미소.' 이노우에는 "그림을 통해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글도 함께 올렸다. 미소를 띄고 있는 그림 속 아이들의 옷에는 미야기(宮城), 나가노(長野,) 지바(千葉) 등 지진으로 피해를 받은 지역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창원(인디053 대표)
율산 리홍재 '대구 힘내자'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고통 받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을 응원하는 캠페인이 SNS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힘내라 대구', '#힘내라 경북' 등 해시태그(#)를 달고 대구·경북지역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릴레이가 퍼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민들은 십시일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대구의 도시브랜드 로고 "Colorful DAEGU"를 변형한 디자인을 만들어 낸다던지, 대구·경북과 관련된 감동어린 응원영상을 제작해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도 공식 페이스북에서 "#힘내요 DAEGU"라는 해시태그 문구를 디자인한 로고를 프로필로 사용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SNS프로필 사진을 이런 대구·경북 응원콘텐츠로 바꾸는 등 다양한 형태로 코로나19 사태가 조속히 종식될 수 있길 기원하고 있다.

대혼란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 노력하는 여러 훌륭한 일들이 많다. 문화예술도 예외는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문화예술이 사회의 어려움과 함께한 사례를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다. 문화예술은 일상 속에서 여가와 유희, 오락 등의 기능을 담당하지만 위기와 고난의 순간에는 위로와 치유를 담당하며,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는다.

특히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를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시대, 재난에 대처하는 문화예술의 모습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저마다의 진심 어린 마음을 표현해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예술적 공식을 따르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람들을 감동시킬 만한 작품은 언제 어디에서든지 나오는 법이다.

이창원(인디053 대표)

대구·경북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힘이 되어줘야 한다. 많은 시민들이 이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 노력과 격려를 저마다의 표현방식으로 해 나갈 것이다. 형태와 결과물이 무엇이든 그것은 이미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그것이 코로나19 사태를 대하는 문화예술의 역할이며, 사람이라면 해야 할 일이다.

언젠가 코로나19 사태도 과거가 될 것이다. 그때까지 외쳐보자! "#힘내라_대구경북"

이창원(<사>인디053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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