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의료원 간호사들 "희생정신만 강요해선 곤란"

"감염 피해 사직" 일부 언론 오보…각자 사정에도 잘못된 보도로 피해

안혜정 포항시간호사회장이 전직 간호사들의 도움을 요청하며 쓴 손편지.
안혜정 포항시간호사회장이 전직 간호사들의 도움을 요청하며 쓴 손편지.

2일 찾은 경북 도립 포항의료원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코로나바이러스-19(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이곳 간호사 16명이 사직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이 감염을 피해 그만둔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탓이다.

포항의료원 측에 따르면 해당 간호사들은 정신적으로 몹시 힘들어하고 있는 상태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병원 내 격리생활을 하면서도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데 잘못된 보도가 나오면서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며 안타까워 했다.

퇴직한 간호사들은 저마다 사정이 있었다. 일부는 출산을 앞뒀고, 일부는 어린 자녀를 둬 물리적으로도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오히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와 관계 없이 지난 1, 2월에 사직이 예정돼 있었으나 신입 간호사 충원 때까지 사직을 미뤘다는 게 포항의료원 측 설명이다. 내부 의료진들도 이들의 사직을 모두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포항의료원에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확진자 73명이 입원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114명으로 크게 늘었다. 신규 간호사 14명이 2일부터 업무준비를 마치고 입원대기중인 40명의 확진 환자들을 보살필 예정이지만 모두 154명에 이르는 환자를 돌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안혜정 포항시간호사회장은 1일 전직 간호사들의 자원봉사 동참을 요청하기도 했다. 안 회장은 포항시간호사회를 통해 공개한 손편지에서 "포항 각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료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며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선별진료소에서 동료들을 도울 뜻 있는 간호사들의 재능기부와 자원봉사가 절실히 필요해 간절히 기다리겠다"고 호소했다.

포항의료원은 96명의 간호사로 8병동(293개 병상) 가운데 5병동을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해 가동할 예정이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지원인력이 빠르게 보충되면서 운영에 큰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지금은 의료진과 보건당국을 믿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근본 원인인 인력 부족은 해결하지 않은 채 간호사 개인의 노력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라는 정부와 병원의 태도가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의료인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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